AI→전력 폭증→핵발전 필요? 깜깜이 계산과 만들어진 시나리오

[핵발전 확대, 이대로 괜찮나] ② '비공개' 숫자 뒤에 숨은 미래 전력 예측량… 제멋대로 계산·편향 우려

정부가 2년마다 확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깜깜이' 셈법으로 종종 질타에 오른다. 전기본은 전 국토의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전기를 얼마나, 무엇으로 만들어, 어떻게 공급할 지를 정하는 향후 15년 간의 설계다. 한국 모든 전력 정책의 전제가 된다. 그런데 핵심인 전력 수요 예측을 어떻게 계산하는지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2024년 11차 전기본도 마찬가지였다. 15년 후 목표 전력은 2년 전 118GW(기가와트)에서 129.3GW로 급증했다. 여기엔 첨단산업, AI 부문이 역할을 했다. 특히 AI 관련 전력 수요는 15년 후까지 6배, 연평균으론 12.7%씩 늘어난다고 분석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핵발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얼마나 명확한 분석일까? <프레시안>은 정부가 구성한 AI와 핵발전의 시나리오를 다시 들여다봤다.

곱셈은 하는데 뭘 곱하는진 비공개

수요는 '모형 수요'와 '추가 수요' 합으로 구한다. 모형수요는 쉽게 말해 컴퓨터 모델링이다. 경제성장, 인구, 기온, 에너지 가격 등 다종다양한 사회적 변수들을 수치화해 복잡한 수식에 넣고, 컴퓨터 수치해석을 통해 미랫값을 예측한다.

▲11차 전기본 중 모형수요와 추가수요 개요 부분. 모형 수요의 실제 데이터값은 모두 누락됐다. 추가 수요 중 첨단산업 부문에 '기업 추산 자료를 기반으로 전망했다'는 내용이 있다.ⓒ11차전력수급기본계획

예측값은 매해 증가하지만, 수식에 입력하는 기초 자료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곱하고 더한다'는 얼개만 일부 공개될 뿐, 어떤 숫자를 넣는지는 비공개다. 회의록도 비공개다. 검증은 불가능하다. 전기본에 '깜깜이'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1차 전기본의 또 다른 핵심은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수요' 16.8GW(기가와트)다. 수요 예측 급증의 배경이다. 2038년에 이만큼의 전력이 더 필요하니, 핵발전을 확대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추가수요는 크게 세 부분이다. △석탄, 석유 등으로 가동되는 기계들의 전기화가 빨라져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AI 산업의 전기 수요도 급증하며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으로 첨단산업에도 전기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실린 데이터센터 모형 수요 및 추가 수요 그래프. ⓒ11차전력수급기본계획

이중 AI 부문만 봐도 모호한 셈법이 발견된다. 정부가 그린 AI 전력 수요 그래프(위 그림) 중, 추가 수요를 뜻하는 노란색 선이다.

2025~2038년까지의 미래값인데, 후반부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실제 값보다 2027년까지의 증가 추세를 활용해, 2028년부턴 특정 수식에 맞춰 추세선을 연장한 것이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3년 0.6GW에서 2038년 6.2GW로 10.3배 증가했다. 기초 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검증은 불가능하다.

검증 못 하는 가정치

실제 자료를 기초로 했다는 2023~2027년의 증가 추세도 거품이 있을 수 있다. 작성자의 '가정'이 숫자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크게 '계약용량×이용률'로 구하는데 작성자가 이용률을 40%로 잡느냐, 80%로 잡느냐에 따라 필요 전력량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와 근거자료는 확인할 수 없다. 계약용량 자체도, 관련 업자들이 모두 데이터센터를 완공해 2027년 실제로 가동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AI 관련 전력 소비량은 15년 간 연평균 12.7%씩 증가한다고 분석됐다. 반면, IEA(국제에너지기구)의 2025년 AI 관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9.9%(2024~2035년)로 분석됐다. 전반부 2024~2030년은 13.8%로, 후반부 2030~2035년은 5.4%로 예측됐다. 한국과 일본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분석됐다. IEA는 AI 기술의 변동성이 커, 5~10년 후의 전력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왔다.

▲미국 2000~2025년 전력 생산 설비 추가 용량 추이. 푸른색 계열인 태양광, 풍력, 배터리저장장치가 근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핵발전(붉은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NoCarbonFuel

공포 조장과 받아쓰기

첨단사업 부문은 기업이 제출한 전력 수요가 그대로 기초 자료로 쓰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산업계의 부풀려진 추산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예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경우, 삼성전자 첫 번째 제조공장(FAB 공장)이 2030년 준공 예정으로 추진됐으나, 현재까지 내부 계획 수정으로 세부 건설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2026년 2월 2일, 'AI산업 전력수급, 신규 핵발전소가 대안인가' 국회토론회)

이 정책위원은 언론의 '받아쓰기'와 공포 조장을 질타했다. 예로, 이재명 정부 AI 정책의 슬로건인 'GPU 26만 장' 확보와 핵발전을 연결하는 논리다. "GPU 26만 장에 1GW 추가 전력이 필요하고, 이는 원전 1기의 용량"이라는 기사가 검증 없이 재생된다는 것이다.

이 정책위원의 계산에 따르면, 1GW는 가장 열악한 구식의 데이터센터를 기준으로 산정한, 지나치게 보수적인 추정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 72개(랙) 기준 전력소비량은 132kW(킬로와트)다. 26만 장으로 환산하면 0.477GW가 나온다. 냉각 처리 등을 고려해도, 전력사용효율을 해외 평균 현황인 1.5로 잡으면 총 0.72GW가량이 나온다. 권장 기준인 1.2~1.3을 적용하면 0.57~0.62GW다.

이 정책위원은 "여기서, 한국은 예비 전력이 넉넉함을 넘어 과잉된 면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최저 방어선(적정전력예비율)을 22%로 둔다. 피크 수요보다 전력을 22% 더 확보해 둔다는 의미다. 에너지 공급 환경이 다른 유럽 등은 보통 5~10%로 둔다. 정부 기준 22%가 낭비적이라는 지적은 오랫동안 학계, 환경단체 등에서 나왔다. 이 정책위원은 "공급예비율은 대부분 피크 시기에도 30~40%를 유지한다"며 "2025년 8월 피크 때도 9GW 전력이 남았다. 평상시 수십 GW가 남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일별 전력수급실적. 초록색 공급예비율이 대부분 30~40%대에 머무는 것을 알 수 있다. 50~70%를 기록할 때도 적지 않다. 노란색 공급능력과 보라색 최대전력의 차이도 크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

AI 비용 계산 실종

미국은 데이터센터의 건립 반대 운동이 확산 중이다. 막대한 전기와 물이 쓰여, 지역 주민의 생활 피해와 생태 파괴 문제가 늘어나고 기후 위기 가속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와치(Datacenter Watch)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반대 단체 수는 188개다. 지난해 3~6월에만 17개주 30개 데이터센터가 건립 저지 대상이 됐고, 이 중 66%가 실제로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려 온 국가들은 뒤늦게 규제 법령을 제정하고 있다. 70개(2024년 기준) 넘는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싱가포르는 2019년 데이터센터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 2023년 이를 해제하며, 추가 건립될 300MW 용량 중 200MW는 친환경에너지 옵션을 사용하는 운영자에게만 배정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용량이 300kW 이상인 독일의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024년부터 50%, 2027년까진 100%를 달성해야 한다. 2023년 11월 시행된 에너지효율법 조항이다. 데이터센터 운영 정보도 매년 연방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IEA는 2025년 "재생에너지가 가장 빠르게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2024~2030년 연평균 22%로 성장해, 2035년엔 전체 수요 증가분의 절반을 넘게 충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기준 재생에너지의 공급 비율은 27%, 핵발전은 15%다.

핵발전소는 31개국에 416개가 있으나, 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한국 등 상위 5개국에 71%(308개)가 몰려 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2020~2025년 신규 가동된 핵발전소는 30기이고, 이보다 많은 34기가 영구 폐쇄됐다"며 "신규 호기의 33%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 국가별 편중이 매우 심하다"고 밝혔다.

▲미국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는 주(검은색)와 반대 운동 현황. 붉은색 안의 숫자는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운동 단체 숫자이고, 주황색은 반대 서명 참가자 수다. ⓒDatacenter Watch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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