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이 외쳤다 "그 좋다는 핵발전소, 서울에나 지어라"

전국 1108명 시민 "43년된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취소" 소송 돌입, 이유는?

10일 오전 부산시청 앞, 부산 기장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30대 청년 김성원 씨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핵에너지가 그렇게 깨끗하고, 저렴하고, 훌륭한 에너지면 왜 서울 한강 변에는 안 짓느냐"며 "근데 왜, 어떻게 부산 기장에는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부산 기장에는 신고리 1·2호기, 고리 1~4호기 등 핵발전소 6기가 밀집해 있다. 수킬로미터(㎞) 떨어진 울주까지 합하면 총 10기다.

그는 수도권엔 핵발전소가 한 군데도 없는 현황을 두고 "설비는 노후하고, 급변하는 환경재해의 위험성은 커지고, 처리할 수 없는 폐기물도 계속 나오는 핵발전소를 바라보며 살자고 시민들에게 말할 엄두도 안 나죠?"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이나, 어린이나,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든 간에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안전, 그리고 스스로의 결정권"이라며 "바로 그 우리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제출된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처분 취소 소송' 원고 중 하나다. 전국 1108명이 공동 소송인으로 모였다. 1983년부터 가동해 2023년 4월 수명 40년이 다해 멈춘 고리 2호기 수명을 2033년까진 연장한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 시민들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서울 지역의 소송인단들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동시에 열었다. <프레시안>은 10일 소송대리인 이정일 변호사와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송 쟁점을 들었다.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10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고리2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소장 접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한 소송 대리인 이정일 변호사.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1000명 넘는 소송인단이 전국에서 모였다.

박상현 : 부산에선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소송 준비를 알렸다. 이후 약 40일 정도 소송인단을 모았고, 전국에서 1108명이 모였다. 부산 기장에서 80km 반경 내엔 391명의 시민이 소송에 참여했다.

부산(기장, 울주)이 어떤 상황이냐. 고리 2~4호기 수명이 모두 연장되고, 현재 시범가동 중이거나 예정인 새울 3·4호기를 비롯해 지자체장들이 건립을 추진한다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까지 모두 합하면, 전력 용량만 8GW(기가와트)에 달한다. 한 지역에서만 8GW다.

프레시안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3일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했다. 무엇이 문제길래 취소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정일 : 먼저 명백한 법률 위반이 있다.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를 법적 제출 기한 1년이 지나 제출한 사실이다. 주기적안전성평가는 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핵심 보고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보고서를 2022년 4월 4일 제출했다. 법적 기한은 2021년 4월 8일이었다.

'원자력안전법' 제23조 1항 위반이다. 당시 원안위가 한수원을 고발도 했다. 그런데도 원안위는 한수원의 수명연장 신청을 허가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 신청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기간이 지난 후 권리를 주장해도 무효라는 판례다.(2018두47264)

프레시안 : 한수원은 왜 1년이나 지나 보고서를 제출했나?

: 윤석열 정부(2022~2024)가 탈핵 정책 기조를 전면 뒤엎은 것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2017~2022)는 노후 핵발전소 10기를 영구 정지한다고 결정했고, 이를 전력수급기본계획에까지 반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반대로 신규 핵발전소 건립과 노후 핵발전 재가동을 추진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핵발전 사업자, 즉 한수원이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9일 당선됐다. 한수원은 2022년 4월 4일 주기적연장성평가 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보고서가 늦게 제출된 맥락이다.

: 기자회견에서 안전성 검증 절차가 매우 부실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 먼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논의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가령 '사고관리계획서'라는 또 다른 주요 서류가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후속 대책으로 마련됐다. 원자로 시설에 사고가 났을 때 사고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사고 관리 능력과 비상시 기술 기준 등을 검토하는 보고서다. 발전소를 계속 가동할지를 판단할 때 제출한다.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됐고, 안전 대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다. 그런데 이 계획서를 승인도 안 한 때, 원안위에선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계획을 이미 논의하고 있었다.

: 구체적으론 어떤 오류가 있나?

: 근거 없이 책정된 수치가 있다. 대기확산 인자를 50%로 규정한 부분이 한 예다. 쉽게 말해,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을 때 주변 공기에 얼마나 퍼지느냐의 정도다. 그런데 원안위 관련 고시에는 상황에 따라 99.5% 혹은 95%로 정해야 한다고 한다.

왜 50%인가? 어디서 나왔나? 제대로 된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95%를 쓰면, 사고관리계획서의 피폭선량 허용 기준을 초과한다. 50%를 쓰면 초과하지 않는다. 원안위 회의록을 보면, 위원 2명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다수결로 의결한다. 7명이 문제없다고 하면, 문제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아도 그냥 통과된다.

: 또 다른 부실한 안전 검토 문제는?

: 사고관리계획서상 영향 평가를 해야 하는 항목이 누락됐다. 법적으로 해야 하는데 안 한 문제다. 예로, '예측할 수 없는 의도적인 항공기 충돌'이 조사 범위에 포함되나, 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조사 누락은 더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하자는 더욱 심각하다. 부실 그 자체다. 이는 인근 주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보고서로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안전법은 '최신 기술기준'으로 평가하라고 정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1978년 제정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과거 기준을 적용했다. 미국은 쓰리마일 사고(1979), 체르노빌 사고(1986) 등이 발생한 후인 1999년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새로운 기술기준을 발간했다. 이게 있음에도 50년 전 기준을 썼다는 말이다. 또 후쿠시마 참사처럼, 같은 부지 내 여러 호기에 사고가 났을 때를 전제로 한 방사선 영향평가도 누락됐다.

▲10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고리2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소장 접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 1983년부터 가동된, 43년이 넘은 노후 핵발전소다. 안전성 확충에 많은 예산이 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문제는?

: 원안위가 안전을 아주 축소 해석해 한수원 손을 들어줬다고 본다.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데 정말 많은 안전 대책 비용이 들 거다. 그런데 안전 문제를 좁게 해석해 주면, 한수원이 유리하게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다.

연장된 수명 2033년까지 7년 남았다. 경제성이 없으면 한수원 스스로 포기할 텐데, 한수원이 '안전에 문제가 없네'라고 작성해 올리고, 원안위가 그대로 통과시켜 주면, 안전 대책 비용이 적게 들어가니, 가동 기간이 짧아도 경제성이 더 높게 평가되지 않겠나. 캐나다, 미국 등은 노후 원전 경우 안전 기준 충족 대비 경제성이 없는 경우, 스스로 폐로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 소송 준비 과정은 어땠나?

: 2024년경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고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원안위가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알고, 정보공개청구 등을 해가며 적극 대응했다. 대부분의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한계 상황에서, 활동가, 전문가, 법률인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부실 검토와 법령 위반 문제를 분석했다.

탈핵이냐 아니냐 이전에, 적어도 한국 사회가 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은 충족해야 한다는 게 소송의 요지다. 이것조차 충족하지 않았는데 노후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해도 되는가를 법적으로 묻는 거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절차는 원자력안전법령을 위반했기에 취소돼야 한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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