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뒤 '지방선거 모드 전환'을 빌미로 내홍을 진화하려 시도했지만, 도리어 갈등이 증폭하는 모양새다.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한 장동혁 대표의 설명을 요구하는 의원총회에선 친한동훈계와 당권파 간 말다툼이 벌어졌고,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방선거 체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3일, 국민의힘은 전날 진행된 의총의 후폭풍으로 시끄러웠다. 장 대표와 가까운 조광한 최고위원과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의 설전이 당 안팎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의총이 비공개로 진행된 점이 무색하게 두 사람의 공방은 장외전으로 번졌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외 인사이자 한 전 대표 제명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조 최고위원이 의총에 참석한 점에 문제 제기했고, 이후 조 최고위원이 의총장에서 자신에게 삿대질하며 도발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뒷골목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을 듣고 저는 그냥 있을 수 없어 따라 나가서 강하게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도 저는 막말을 하지 않았다"며 "국회 의총장에서 '야 인마, 너 나와'라는 막말을 쏟아낸 조 최고위원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뱉은 그 한마디로 이미 끝났다"고 밝혔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와'라는 정 의원의 고성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퇴장하면서, 정 의원에게 가서 '밖에 나가서 나하고 얘기 좀 하자'(고 했다)"며 "저는 '야 인마'라는 표현을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이러한 논쟁은 전날 의총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3시간 50분에 걸쳐 진행한 마라톤 의총에도 한 전 대표 제명에 따른 내부 봉합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장 대표는 "경찰 수사를 통해 당원 게시판 문제를 털고 가겠다"며 문제 해결을 수사 기관으로 넘겼다.
20여 명의 의원이 난상 토론을 벌였지만 '한 전 대표 제명 경위에 대한 지도부의 설명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장 대표 거취 문제도 말끔히 정리하지 못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당장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상황에서 내부 결속력은 저하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과연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인해 무너진 당을 재건할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2월에서 3월 초까지가 국민의힘이 재건할 수 있느냐,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어려운 길로 가느냐 기로에 선 골든타임"이라고 짚었다.
조 의원은 "그때까지 지도부가 태세 전환을 확실하게 해야 된다"며 "원내 의원들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해서 현재 장 대표가 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완전 태세 전환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 재신임 여부를 묻는 당원 투표를 제안한 김용태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 피로감이 상당히 크다. 지금 당면한 과제는 지방선거를 이기자는 것인데, 당이 더 개혁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내홍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당의 리더십, 지도 체제에 대한 보수층·중도층의 우려가 있었고, 이를 지도부가 해소하면 된다. 지도부가 이러한 것들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방어하기만 한다면 민주당과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대표와 가까운 우재준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오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1차 선고가 있다. 내란죄에 대한 판단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 내란이 유죄가 되면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도부 노선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우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 대해 "저도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장 대표 측 김민수 최고위원은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이번 지방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염려가 매우 크다"고 전날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 말을 되받아치며 "장 대표 디스카운트가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에서 장 대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목소리를 내준다면 지지율이 다 상승하고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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