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파리협정'이라 불리는 국제 해양 조약이 마침내 발효됐다. 각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넘어선 공해(空海)의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협정이다. 국제 규범 공백 속에 공해가 파괴일로를 걸어온 점에서, 환경단체들은 하루빨리 전체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해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이 17일부터 발효됐다. 유엔해양법협약 상의 조약으로, 약어로 'BBNJ 협정'이라 불린다. 더 쉽게는 국제 해양 조약, 공해 조약 등이라고 불렸고, 바다 보호를 위한 중대한 환경 조약으로서 '바다의 파리 협정'처럼 간주돼 왔다.
공해는 영토로부터 200해리까지인 배타적 경제 수역 바깥 구역으로, 전체 바다의 60%가량을 차지한다. 거대한 탄소 흡수·저장, 산소 배출 등의 기후 조절이 이뤄지는 영역인 데다 최소 25만 종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인류의 식량, 에너지, 기후위기 등의 문제와 직결됐지만, 어느 국가의 소유도 아닌 공간으로 방치돼 어류 남획, 채굴과 개발, 무단 자원 수집 등의 문제가 쌓여 왔다.
협정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30 X 30' 이행이다. 2030년까지 전체 바다의 최소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현재 보호구역은 0.9%에 불과하다. 루카스 메우스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0.9%를 30%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륙 전체보다 넓은 해양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하며 국제사회가 약속한 2030년까지는 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공해에서 이뤄지는 각종 개발·연구 활동에 대해 사전에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했다. 망간단괴, 코발트, 니켈 등의 자원 채굴을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심해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한 규제다. 현재 일부 북반구 주요 국가 및 기업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해양 유전자 자원 채취 활동에 대해서도, 공해에서 얻는 이익은 공동이 공정하게 분배받아야 한다는 원칙도 명시했다.
또 바다를 위한 당사국 총회도 처음 시작된다. 지금까진 해양 환경 보호 규제를 위한 법적 구속력있는 UN 산하 회의체는 없었다. BBNJ 협약엔 당사국 총회를 설치하고, 과학자문기구 등 거버넌스 조직을 구성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경우, 190여 개 협약 가입국이 매년 당사국총회(COP)를 열어 지금까지 26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각국은 이를 준수하기 위한 국내법과 행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16일 보도자료를 내 "BBNJ 협정은 그간 방치돼 온 공해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입법으로 평가받는다"며 "해 보호는 단순히 보호구역 확대를 넘어 기후위기 완화, 생물다양성 보존, 바다에 의존하는 수십억 인구의 식량 안보 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를 기념하며 13개국에선 지난 16일 각 주요 도시에 바다 벽화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각국의 예술가들이 그린피스와 협업해 주요 도시 거점에 조형물과 벽화를 설치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세네갈, 멕시코, 모리셔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필리핀 등에서 참여했다.
멕시코의 예술가 클라렛 아나야는 자신의 SNS에 벽화 '블루 레볼루션'을 올리며 "BBNJ 조약 발효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벽화는 이동형 작품으로서 멕시코 내 여러 장소를 돌며 바다 보호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이라며 "바다 보호라는 큰 대의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BBNJ 조약은 2024년 9월 모로코가 60번째로 비준하면서, 국제법상의 조약 발효 조건을 성사했다. 한국은 지난해 3월 비준했다. 각종 심해 채굴, 어류 남획 등의 지적을 받아 왔던 브라질, 중국 또한 지난해 12월 조약을 비준했다.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 역시 비준국으로서 북태평양 황제해산을 포함한 공해 해양보호구역을 강력한 보호 수준으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와 국내 이행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제해산은 북서태평양의 공해 영역으로 망간단괴, 코발트 등의 광물이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기초 탐사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김 캠페이너는 "한국은 2028년 아시아 최초로 유엔 해양총회(UNOC4)를 공동 개최하는 국가로서, 외교적 선언이 아닌 구체적인 공해 보호 성과로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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