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운동을 통한 체중감량이다. 그런데 운동은 체중을 줄이는 것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영국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패스트푸드를 지향하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레옹(LEON)'의 공동 창립자이자 2014년 <학교급식계획>, 2020년 <국가식량전략> 등을 펴내면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드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헨리 딤블비와 <더위크>(The Week)의 30년 경력 편집자인 제미마 루이스는 최근 펴낸 저서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를 통해 이러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대륙 횡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했는데 이들은 20주 동안 4957km를 달렸다. 이는 하루 한 번, 주 6일씩 마라톤을 하는 거리였다. 처음 며칠 동안 선수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예상대로 높아졌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이들의 신진대사에 저항 징후가 나타났다. 매일 달리고 있는 데도 총 에너지 소비량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대회가 끝날 무렵 선수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초반부터 600칼로리가 감소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이들의 몸은 어떻게든 에너지 소비량을 제한할 방법을 찾아냈다. 우리 몸의 피드백 메커니즘은 살이 빠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움직인다"라며 "연구가 거듭될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운동이 체중 감량에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운동은 다른 많은 이점이 있다. 운동을 하면 자세가 좋아지고 근육이 선명해지며 외모가 돋보인다. 또 혈압이 떨어지고, 암이나 당뇨, 골다공증의 위험이 줄어들고, 면역계가 강화되며,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 근육이 생기면 혈당이 안정화되고, 뼈의 강도가 개선되며,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중의 인식에서 운동은 거의 전적으로 체중 감량과 연관된다. 운동은 그런 목적에는 별로 효과가 없어서 기대가 깨지면 사람들은 곧 포기한다. 운동에서 얻을 수 있는 놀라운 효과들이 운동에서 얻을 수 없는 한 가지로 인해 묻혀버린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은 운동이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데에는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1989년 보스턴대학 의료센터 연구진이 비만인 보스턴 경찰관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8주 동안 모든 경찰관에게 1000칼로리 식단을 제공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은 일주일에 세 번 90분짜리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머지 절반은 별도의 운동 없이 평소처럼 지냈다.
체중 감량이 끝나고 6개월과 18개월 후에 연구진은 다시 실험 참가자에게 연락해 체중을 측정하고 현재의 식습관과 운동 습관에 대해 물었는데, 운동 처방을 받은 경찰관들은 체중이 아주 조금 줄어 있었지만 체중 감량이 끝난 후에도 계속 운동을 해서 빠진 체중을 훨씬 더 성공적으로 유지했다. 운동을 지속하지 않은 이들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갔다.
저자들은 "여기서 우리는 신진대사와 식욕이 칼로리 공급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식 공급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음식에 집착한다. 다시 음식이 풍족해지면, 증가한 식욕으로 충분한 지방을 저장해 이후의 기근에 대비한다"라며 "이는 생존 메커니즘으로서 매우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악순환에 빠지는 요인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체중 감량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들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획기적인 품종 개량과 생산량 증가로 인류는 굶주림에서 어느 정도 해방됐지만, 초가공식품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성인 비만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의 카를로스 몬테이로(Carlos Monteiro) 교수팀이 개발한 시스템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쌀, 우유, 달걀 등 자연 상태 그대로거나 보관을 위해 살짝 가공한 식품은 '미가공 또는 최소 가공식품'이고 단독으로 먹기 보다는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식용유나 설탕, 소금 등은 '가공식재료'에 해당한다.
위의 식품들을 추가해서 맛을 내거나 보존기간을 늘린 빵이나 치즈, 과일 통조림, 베이컨 등은 '가공식품'이며, 산업 공정을 거친 것으로 일반 가정에서 요리할 때 쓰지 않는 성분들을 사용하는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 소시지, 시리얼 등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미국 국립 당뇨병 소화기 및 신장 질환 연구소(US National Instituce of Diaberes and Digetve and Kidny Discases) 선임 연구원인 케빈 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영양 성분이 비슷한 식품을 제공했을 때 비가공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에 비해 초가공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평균 500칼로리 더 섭취했다고 한다.
"혈액 검사 결과, 참가자들은 가공 식단보다 비가공 식단으로 먹었을 때 식욕 억제 호르몬인 PYY 수치가 증가한 반면,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수치는 감소했다. 다시 말해 참가자들은 갓 요리한 비가공식품을 먹었을 때 배고픔을 덜 느끼고 포만감을 더 쉽게 느꼈다. 예상대로 체중도 줄어, 평균 0.9킬로그램이 감소했다.
반면 참가자들은 초가공 식단으로 먹었을 때, 비가공 식단으로 먹을 때보다 하루 평균 500칼로리를 더 섭취했고, 체중도 평균 0.9킬로그램이 증가했다. 이는 큰 차이로, 인구 전체의 상당한 체중 증가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초가공식품이 식욕에 왜 이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케빈 홀은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는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칼로리 밀도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이다. 홀 박사의 실험 결과,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 양 조절을 훨씬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지 않다면 비가공식품을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는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사는 10~11세 아이들은 가장 부유 한 지역에 사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뚱뚱하고 키도 눈에 띄게 작다. 소득 하위 20% 가정의 아이들은 소득 상위 20% 가정의 아이들 보다 과일과 채소는 3분의1, 등 푸른 생선은 4분의 3, 섬유질은 5분의 1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지역은 번화가에 정육점과 생선가게는 물론 채소가게까지 있고, 편의점과 작은 슈퍼마켓에도 물건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저소득층 지역은 패스트푸드 매장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은 가장 부유한 지역보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2배 가까이 많다.
영국인 중 330만 명이, 대중교통으로 15분 거리에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매 장이 없는 곳에 산다. 최저소득 가구의 40퍼센트는 자동차가 없다. 이들에게 '건강한' 장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비자에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선택권이 있을까?"
여기에 식품 기업은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많이 팔려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식품을 팔길 원한다. 저렴한 재료로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맛을 내면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돈을 버는 것, 즉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화학첨가물 없이 정성껏 조리한 음식"으로 이윤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초가공식품으로 점철된 소비자들, 그로 인해 생기는 피해와 질병은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성공적으로 개입한 것처럼, 이제 정크푸드 악순환을 끊기 위해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효과적 개입 사례로 일본을 꼽는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녀 통틀어 84.6세로 세계에서 가장 긴데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살아가는 '건강수명' 역시 평균 74.1세로, 미국의 66세와 영국의 70세에 비해 높은 수치다.
저자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90년대에 소매업 보호 법안을 도입해 슈퍼마켓과 식품 제조업체가 식량 시스템을 장악하지 못하게 막았고, 법에 따라. 40세부터 74세 사이의 모든 성인이 해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허리둘레를 측정해야 한다. 복부비 만으로 판단되면 병원 치료를 권고받기도 한다. 또 16세 이하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의무 급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비난해야 할 것은 정크푸드 악순환이지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아니다. 매년 미국에서는 7만 3000명이 제2형 당뇨병 때문에 하지 절단 수술을 받는다. 현재 미국은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영국보다 25배 많지만, 그 돈이 정크푸드 악순환에 내재된 상업적 유인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는 못한다"고 꼬집었다.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이의 식생활 개선에 공공자금을 더 투입하면, NHS(영국 국민보건 서비스)는 정크푸드 악순환으로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느라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크푸드 과세, 요리 수업 개선, 학교 무상급식 확대, 그리고 건강한 식사가 어려운 계층도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도록 돕는 '사회적 처방' 등 다양한 공중보건 정책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현대식 식단이 만들어낸 거대한 질병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산 낭비도 아니고 이념적인 접근도 아니다. 질병은 치료 보다 예방이 훨씬 더 경제적이므로, 이는 합리적인 재정 계획이다. 게다가 인구가 건강할수록 더 부유해지고, 생산성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나의 식습관'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식량 시스템' 개선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니, 새해 목표 달성을 위해 운동과 식단뿐만 아니라 "식량 시스템을 개선하라"라고 정부에 요구도 해보는 건 어떨까. '작심삼일'이 아닌 '목표 달성'의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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