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및 사후 대응과정에서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하고,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 침해,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경호처를 동원한 군경 인사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와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 침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계엄 선포는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다각도에서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크므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때문에 "헌법 및 계엄법에서 계엄 선포에 관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특별히 명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계엄 선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평시 국가 현안에 관한 국무회의보다 국무위원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10.23 비상계엄 선포에 관해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회의 소집을 통지해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허위 계엄 선포문 관련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계엄 선포에 관해 헌법에서 정한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의 사전 부서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는데 가담했고, 이후 대통령 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서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폐기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 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헌법과 관련 법령에서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특히 피고인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갖는 막강한 영향력을 남용해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이 적법한 영장집행을 저지하게 했는데, 이는 일신의 안위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구형량보다 크게 줄어든 형량이 선고된 가운데 피고인이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앞서 지난 12월 26일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는데, 제기된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뒤 이를 실제로 행사했다는 혐의, 대통령실 해외 홍보 비서관을 통해 외신에 '국회를 봉쇄하지 않았다', '헌정을 파괴할 목적은 없었다' 등 허위사실을 전파한 혐의 등이다.
허위 계엄 선포문 행사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사정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해당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신 허위 공보 혐의에 대해서는 "해외 홍보 비서관은 현안에 관한 대통령의 입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해 외신 등에 전달할 의무를 부담할 뿐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 여부까지 판단할 권한 또는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이유로 변호인단이 제기한 '공수처 수사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재판부가 기각한 점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기관의 수사는 형사상 소추를 반드시 전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상 소추와 수사기관의 수사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는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고인의 내란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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