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에 시민의 ‘외로움’을 보듬는 전담 행정조직이 신설됐다.
인천시는 지난 9일 시민의 외로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인 ‘외로움돌봄국’을 공식 출범했다고 13일 밝혔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이나 일시적인 심리 상태가 아닌, 도시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행정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외로움돌봄국은 그동안 노인, 청년, 1인 가구, 자살 예방 등 분야별로 흩어져 있던 관련 정책을 하나로 묶어 예방부터 발굴, 연결, 돌봄까지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외로움에 대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인천시의 의지가 담겼다. 위기 이후의 사후 대응이나 특정 계층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관계가 끊어지기 전에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인천시의 외로움 대응 정책은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외로움은 복지의 언어로 다뤄져 왔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찾아 상담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며, 사후 관리를 하는 방식은 분명 필요했지만, 외로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는 외로움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의 결과가 아닌, 가구 구조 변화와 노동 환경, 지역 공동체 해체가 누적된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했다. 이에 외로움을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재정의했다.
정책의 출발점 역시 ‘지원 대상 선별’이 아니라, 사람이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맞춰졌다. 행정이 직접 나서 관계의 통로를 설계하고, 연결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다.
외로움돌봄국을 중심으로 인천시가 준비한 17개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이 24시간 외로움 상담콜이다. 이 상담창구의 목적은 상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누구나 외로움을 느낄 때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고, 상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된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정신건강, 복지, 지역 자원으로 즉시 연결된다.
공간 정책에서도 변화가 드러난다. 폐파출소를 활용해 조성한 ‘마음지구대’는 전통적인 복지시설의 모습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났다.
카페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담실, 소모임을 위한 활동 공간을 함께 구성해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시작되고 관계가 생기도록 했다. 외로움을 드러내는 순간 낙인이 찍히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청년과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Link Company(아이 링크 컴퍼니)’도 같은 맥락이다. 가상의 회사를 만들어 출퇴근과 과제 수행, 소통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이 프로그램은 취업 지원이나 상담보다 앞서, 다시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계 회복을 통해 사회 복귀의 출발선을 다시 세우겠다는 취지다.
지역 상점과 연계한 ‘가치가게’와 누구나 들러 식사하고 머물 수 있는 ‘마음라면’ 사업 역시 관계 중심 정책의 일환이다. 사회 활동이 끊긴 이들이 소규모 과제나 일상 훈련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를 지역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프로그램 참여자를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로 만든다.
마음라면은 종합사회복지관 등 지역 거점에서 시민이 직접 조리해 먹고 머물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가 외로움 문제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분명한 현실 인식이 있다. 2024년 기준 인천의 1인 가구는 41만 2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32.5%를 차지한다. 불과 5년 사이 26% 이상 증가하며 혼자 사는 삶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도시의 기본 구조가 됐다.
통계는 외로움이 개인의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4년 인천의 자살 사망자는 935명으로 하루 평균 2.6명에 달했고, 고독사는 26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50~60대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자살과 고독사 이전에는 장기간의 고립과 외로움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이 위험 신호로 불리는 이유다.
외로움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4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청년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취업 실패와 관계 단절, 반복되는 좌절은 고립을 고착화시키고, 다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고령층 역시 1인 가구 여부와 상관없이 관계 단절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시는 이 모든 현상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결과로 바라보고 있다. 외로움은 방치될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인천의 선택은 이 문제를 더 늦기 전에 도시가 책임지고 끌어안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유정복 시장은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해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따뜻하게 연결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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