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대응 수위를 저울질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 내용 없이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강압"이라며 곧바로 반발했다.
백악관은 군사 작전 선택지를 열어 놨지만 외교적 해법을 더 강조 중으로, 관세 조치가 군사 공격을 피하려는 신호인지 주목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속단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 쪽도 대화를 언급 중이지만 핵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된 가운데 미국에 협상패로 내놓을 것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거래에서 25%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즉시 발효된다. 이 명령은 최종적이고 확고하다"고 밝혔다.
발표 시점에 백악관 누리집엔 관련 문서가 공개돼 있지 않았고 미 CNN 방송을 보면 백악관은 관세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대통령의 해당 게시글만 참고하라고 해 관련해 구체적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 및 해당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에 적용되는 것인지, 예를 들어 상품 뿐 아니라 서비스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등은 물론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관세가 "즉시" 발효된다고 밝힌 부분도 혼란을 초래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업체들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 관세 부과는 이 관세 영향을 받는 많은 국가들의 상품이 "이미 미국을 향해 해상 운송 중"인 상황에서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모리스 옵스펠드가 이번 관세를 "미국의 완전한 자해 행위"라고 평가하고 "이는 이란의 행동을 전혀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란 최대 교역국 중국 "단호히 반대" 반발…트럼프 "모든 국가" 언급에 한국도 안심 못해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곧바로 반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보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 매체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조치는 "강압"이자 "압력"이고 중국은 "어떠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 및 역외 관할권 행사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정당한 권익 수호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도 주요 이란의 주요 교역국이다. 특히 인도는 앞서 러시아산 원유 구매 탓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징벌적 추가 관세 25%를 부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을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로 칭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월 한국의 대이란 수출은 1억600만 달러(약 1562억 원), 수입은 100만 달러(15억 원)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이 7097억 달러(1046조 원), 연간 수입이 6317억 달러(931조 원)임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란 쪽에서 봐도 2024년 1~4월 기준 이란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1%, 이란 수출 시장에서는 0.1%에 불과하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교역국 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해 "어떤 국가 및 범위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정보가 없어 우선 정보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백악관 "이란, 공개 발언과 비공개 메시지 달라"…일단 외교적 해법 강조
이번 발표는 이란 시위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선택지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은 여전히 군사 작전 선택지를 열어 놨지만 외교적 해법을 더 강조했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12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에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여길 때 군사적 선택지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여 왔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외교는 항상 최우선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내용은 행정부가 비공개로 받는 메시지와 상당히 다르다. 대통령이 이러한 메시지를 살피는 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공개 메시지의 수위가 공개 발언보다 낮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취재진에 "회담 전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란 쪽과 "회담이 준비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AP>는 미군이 현재로선 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이란 대응 관련 브리핑을 받을 예정인 가운데 군사 공격으로 마음을 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새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등 고위 행정부 참모들이 보복 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대통령에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기존 보도된 것보다 더 넓은 이란 핵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을 표적으로 삼는 공격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로선 이란 국내보안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나 공습 등 더 제한적 선택지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란 쪽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 중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티 위트코프 미 특사와의 소통이 "시위 전후로 계속됐고 현재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관련해 위트코프 특사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아락치 장관은 알자지라에 미국과 논의했던 안이 이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미국의 제안과 우리나라에 대한 위협은 양립할 수 없다"며 "위협이나 강압이 없다면 우린 핵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 폭격으로 핵시설에 타격을 입은 이란이 협상에서 내놓을 것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카림 사자드푸르가 "이란은 트럼프의 군사력 사용을 막기 위해 대화과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면서도 "이란이 핵프로그램과 역내 대리 세력이 상당 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어떤 양보를 제시할진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시위 사망자 648명 추산
한편 인권단체는 이란 시위 사망자가 6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추산했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NGO)은 12일까지 최소 648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고 이 중 9명은 18살 미만 어린이라고 집계했다. 단체는 지난 8일 인터넷 접속 제한 뒤 사상자 집계를 검증하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검증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가 60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2일 아락치 장관이 인터넷 연결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AP>는 이날 국제전화 및 인터넷 접속 일부가 복구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몇몇 테헤란 주민과 통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인플레이션, 화폐 가치 하락 등 경제 불만으로 인해 테헤란의 상인들이 시작한 이란 시위는 이후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초기에 대화 문을 여는 듯 했던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인터넷 및 국제전화 차단 뒤 본격적 강경 진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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