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획득을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국들은 연일 성명을 내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유럽이 방위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6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을 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의 국가안보 우선 과제이며 북극 지역에서 우리 적들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임을 분명히 밝혀 왔다"며 "대통령과 참모진은 이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 중이며, 물론 미군 활용은 최고사령관이 항상 갖고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고 해도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미 의원들에게 미국의 목표는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사들이는 것이라며 임박한 침공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고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러한 설명은 지난 주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군사 작전에 대해 의회 지도부에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격화 중인 미국의 그린란드 관련 수사는 덴마크를 협상으로 몰아넣기 위한 압력이라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루비오 장관이 브리핑에서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강한 수사들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 인근 미군 태세엔 큰 변화가 없다고 논의에 정통한 미 당국자를 인용해 덧붙이기도 했다. 덴마크 및 그린란드 정부는 그린란드가 "매물"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도 '협상의 기술'? 속단은 금물…"트럼프, 영토 업적 집착"
베네수엘라 "운영" 및 그린란드 "미군 활용"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수사를 격화하고 루비오 장관이 이를 완화하며 익숙한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미 CNN 방송은 "트럼프가 다음에 뭘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속단을 경계했다.
트럼프를 "제국주의자 대통령"으로 칭한 CNN은 마두로 생포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 전체 통제 공세를 펼치며 "업적에 대한 집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이나 1898년 하와이를 합병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새 영토를 획득하면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이 매입한 루이지애나의 주지사를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가 고품질 제재 대상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넘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원유는 시장가격에 판매될 것이고 해당 대금은 미국 대통령인 내 통제 아래 놓여 베네수엘라 및 미국 국민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잇단 성명에도 무력한 유럽…"미군 그린란드 들어가도 유럽군 안 올 것" 비관도
백악관의 그린란드 관련 성명은 이날 앞서 6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영국, 덴마크 등 유럽 7개국 정상들이 그린란드에 관한 공동성명을 냈음에도 나온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성명에서 "그린란드는 그곳 주민들의 것"이라며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련 문제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만 결정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성명은 "그린란드를 포함한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부"라고 짚고 "북극 안보는 미국을 포함한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집단으로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뒤 덴마크와 유럽국들이 거의 매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그린란드 야욕을 차단하려 하고 있지만 영국 BBC 방송은 여전히 유럽연합(EU)이 뭉쳐 단호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방송은 즉각적으로 덴마크를 지지했던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들이 최근까지 관련해 말을 아꼈다고 짚었다. 그리고 겨우 도출된 이번 성명에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2016~2022년 나토 국방투자 담당 사무차장을 맡았던 유럽외교협의회 카미유 그랑 위원은 방송에 "EU 27개 회원국 전부 및 나토 동맹국인 영국이 덴마크 주권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면 미국에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유럽이 함께 맞서기보다 양자 관계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하며 유럽 각국이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서도 덴마크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위험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방송은 여기엔 유럽이 정보 수집, 지휘 통제, 공군력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나토 주재 미 대사를 지냈던 줄리앤 스미스는 유럽이 그린란드를 위해 "새로운 방위 협정과 같은 대담하고 혁신적 구상"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방송을 통해 조언했다.
CNN도 유럽이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군이 그린란드에 들어간다면 유럽이나 덴마크군이 그린란드를 방어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앞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간선거 앞두고 '서반구 야욕' 지지 부족이 변수 될까
미 의회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서반구 장악 야욕에 대한 여론 지지가 높지 않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4~5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서반구에서 지배적 정책을 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26%만 지지 의견을 표명했다. 공화당원의 경우 찬성이 43%에 달했지만 확신을 못하겠다는 답변도 37%나 됐다. 마두로 생포 작전에 대한 지지율도 33%로 다수 응답자들이 모르겠다(32%), 반대한다(34%)고 답했다. 같은 기관의 트럼프 취임 초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11%만이 미국이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넘기라고 압력을 가하는 데 찬성했다.
CNN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 특히 인플레이션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그린란드의 경우 해외 개입에 부정적인 기조를 가진 트럼프 지지층 마가(MAGA)가 나토 무력화 관점에서 호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국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에드워드 루스는 "덴마크는 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헌장 5조를 발동할 수 있지만 미국이 나토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조약은 무의미하다"며 "어떤 동맹국도 덴마크 방어를 위해 달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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