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천형(天刑)같은 단어인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중앙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는 새만금 이전 반대논리를 펼치면서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마치 지난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개최됐던 세계청소년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리게 되자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편들어 파행의 책임을 전북에 떠 넘기던 모습이 연상이 된다.
일부 정치인은 "전북도가 새만금SOC를 추진하기 위해 잼버리를 핑계로 11조 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을 빼 먹은 '예산도둑'으로 몰아갔으며, 잼버리 대회 준비를 부실하게 해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는 식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때가 떠오른다.
심지어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토부가 편성했던 새만금 SOC예산 5000억 원 이상을 느닷없이 새만금의 '빅픽처'를 다시 그리겠다는 명목으로 삭감하면서 엉뚱하게 새만금 사업이 다시 '올 스톱' 되는 중대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새만금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동네 북'이 됐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본계획이 수시로 바뀌었는가 하면, 이름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면서 진행 속도는 거북이 걸음으로 앞으로도 25년을 더 공사해야 완공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예산 투자 계획도 없는 '미래가 불투명한 최장 국책사업'이다.
'국민주권정부'로 정권이 바뀌어서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과 영남 등 남부에 반도체 벨트를 만들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히면서 '때는 이 때다' 싶어 전북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용인반도체의 '새만금 이전론'을 제기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콩 볶듯 '새만금 이전 반대론'을 제기하면서 목청을 돋우고 있다.
'새만금' 얘기만 나오면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
대통령은 반도체를 포함해 남부 지방을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어 '지방 주도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집권여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일부 야당까지 가세해 '지방주도성장은 절대 안된다'는 식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이상식·손명수·부승찬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논란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가 우리나라 균형발전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주원인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그래서 행정도시 세종시가 조성됐는데도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은 정치권을 짓누르고 있다.
새만금 공세에 뒤늦게 합류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새만금은 갯벌 매립지역이라서 반도체공장이 들어서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새만금은 배터리 메카로, 용인은 반도체 심장으로 이것이 서로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할 일은 용인을 새만금으로 떼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인 동탄역을 중심으로 평택,화성,용인,이천을 잇는 반도체 철도를 과감하게 추진하자"고 말한다.
이준석 의원은 "전북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문제를 어떻게 내란과 엮을 수 있냐?"고 되물으면서 "산업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 '내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이 논의는 이미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런 황당한 주장이 버젓이 나오는 상황에서, 용인 클러스터의 배후 도시이자 반도체 인재 3만 명이 사는 동탄의 국회의원으로서 저는 반박의 글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글을 SNS에 올리면서 새만금을 생각해주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지역구를 얘기하고 있다.
용인반도체의 새만금 이전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에 6일 오후 자신의 SNS에 심경을 올려 "요즘 용인 반도체 전북 이전은 안 된다는 기사가 하루에도 수백 건 씩 쏟아지고 있다"면서 "저의 전북 이전 주장에 대해 수도권 정치인과 언론이 갖은 논리를 동원해 '융단폭격'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안 의원은 이어 "어떤 분은 '용인 반도체 전북 이전은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면서 "이 문제는 정치 공방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 지형과 대한민국의 성장 방향이 달린 문제"라고 단언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지방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면서 무려 73조 원을 들여 송전 시설을 건설해 남부지방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끌어다 써야 하는 문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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