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南과 따로 살겠다는 北에 "올해도 대동강 얼어붙었는지…따뜻한 새해 인사 전한다"

"누구를 위한 적대며 무엇을 위한 대결인가" 호소…北에 지방발전과 보건·관광 등 공동 협력 사업 추진 제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상정한 이후 남한과 관계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누구를 위한 적대와 대결이냐면서 북한에 관광을 비롯한 남북 협력 사업을 열거하며 이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정 장관은 "북측 관계자 여러분, 우리가 왜 적대하며 싸워야 하나? 누구를 위한 적대이며 무엇을 위한 대결인가? 남북이 함께 패배하는 길이며 남북이 모두 죽는 길"이라며 "올해는 적대 관계를 끝내자. 우리가 먼저 노력할 것이며 우리가 먼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병오년' 말의 해를 새로운 국면 전환 변화와 도약의 해로 여겨왔다. 100년 전인 1926년 병오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국장을 빌미로 우리 민족은 대대적인 6.10만세 운동에 나섰다.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의 새로운 불을 지폈다"며 "이제 역사는 남북이 이대로 벽을 쌓고 지낼 것이냐 아니면 다시 평화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이냐 묻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거듭 강조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체제 통일을 배제하고 상호 간 어떠한 공격적 적대 행위도 거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 공존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귀측(북한)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방 발전 20X10 정책'과 보건 혁명 정책이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는 모습을 매우 인상 깊게 보고 있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북측의 지방 발전과 보건 혁명 정책의 성공을 기원한다"라며 "남과 북의 지자체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상호 '윈-윈'하면서 남북 공동 성장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규칙의 지방 발전과 보건 혁명은 물론 남북 공동 발전을 위한 대규모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갈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근 국가와 협력을 통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삼지연 관광지구를 연계한 초국경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관광산업에서의 남북 간 협력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국민 주권 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보건, 의료, 인도 분야 등 민간 민간 교류 협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측도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 측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것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남북 간 적대 문제 해소와 관련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의제라고 테이블에 올려놓고 귀측과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떠한 통로로든 전향적인 화답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올해도 여느 겨울처럼 평양 대동강이 얼어붙었는지 궁금하다. 오늘 아침 평양의 아침 기온은 영하 14도, 백두산은 영하 31도까지 떨어졌다고 들었다"며 "겨울 대동강처럼 얼어붙은 남북관계 앞에서 한반도의 봄을 기다리는 600명의 통일부 직원들과 함께 북측에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이 북한에 여러 사업들을 제안했으나 실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11일 남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다음날인 12일부터 대남 방송을 중단했다.

또 지난해 7월 8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동해상으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남북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간접 소통을 하기도 했고,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에 남한이 지난해 7월 대북 방송 중단으로 호응하자 북한은 그달 22일 방해 전파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해 7월 28일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론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립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이 제시한 어떠한 제안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국방부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북한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한반도 내부 요인보다 외부적 환경 변화가 남북 간 대화 재개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 장관 역시 오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사이의 기간이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일부는 앞으로의 몇 달을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 대북 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라고 국민 앞에 보고했다"라며 "안팎의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바늘구멍'을 뚫겠다는 간절함과 의지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어제 대통령께서는 이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라고 하셨다. 지금 우리가 비록 안으로는 남북관계 차단과 단절의 벽에 서 있지만 다른 한편 밖으로부터의 역사적 기회 요인도 마주하고 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시작으로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까지 몇 달의 시간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축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페이스 메이커'로서 한반도 평화 공존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안으로는 선제적인 대북 조치를 통해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밖으로는 주변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해 가면서 전쟁 상태 종식 등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주변국의 건설적 역할도 이끌어내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특사는 남북관계 복원을 포함한 우리의 자율성 확보 노력과 함께 주변국 협력에 충실한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측에 보내는 메시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끝이 보이지 않던 러우(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전쟁 상태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함께 평화 공존을 향한 남과 북의 의지, 그리고 주변국의 협력이 맞물린다면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는 역사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우 전쟁 종식 이후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외교적 입지를 다져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정 장관이 언급한 상황 변화가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장관은 "평화 공존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이것은 낭만적 방위나 희망 사항이 아니다. 절박한 호소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머뭇거리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그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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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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