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물어도 "모른다"는 '새만금 민낯'…"전북 아닌 지역에 있었어도 이랬을까?"

대통령 '전면 재설계' 이행 위해 전북도민 주도 공론화 필요

대통령이 사업비 총액을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이 나오는 사업이 있다. 그것도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국책사업에서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12일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새만금 민낯'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서해안을 메워 육지로 만드는 1억평의 대파노라마의 꿈은 지난 35년간 기본계획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바뀌며 누더기로 전락해 있는 상태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죽했으면 이재명 대통령마저 "도대체 분명하지 않다. 맨날 맨날 바뀐다"며 "내가 볼 때는 내가 대선 나올 때마다 바뀌는 것 같더라. 지금이라도 확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을까.

기본계획인 밑그림만 불투명한 게 아니다. 매립 비용도 추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만금의 전체 개발면적(291㎢) 중에서 현재 매립 완료된 비율은 약 40% 남짓이다. 매립해야 할 최초 목표 대비 60%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날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에게 "매립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갈 것 같은가"라고 물었지만 "아마 오래 전(2011년)에 만들어진 계획이라서 새로운 계획까지 감안하면 금액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만 나왔을 뿐이다.

조홍남 새만금개발청 차장은 "지금 상태로는 사실상 그게(총사업비) 구체적인 파악은 좀 어렵다"며 "새로운 사업들이 하나하나 또 생겨나고 해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새만금 사업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원조달 방안이라고 투명할 리 만무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에 얼마를 개발하고 여기엔 비용이 얼마나 들고 이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거고 나중에 실제로 어떻게 쓸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며 "이것도 일종의 희망고문 아닌가"라고 되물었을 정도이다.

재정조달 방안 중에 민자유치는 더욱 답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 대통령은 "(일부 매립이) 민자로 한다고 계획이 돼 있는데 민자로 할 기업이 없겠다"며 "실현 불가능한 민자 유치를 통해 (매립을) 한다고 해놓았는데 민자로 매립해서 들어올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새만금을 이야기한 대통령은 많았지만 이재명 대통령만큼 애정을 갖고 신랄하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을 것이란 여론이다.

다만 대통령의 질문을 통해 드러난 '새만금 민낯'이 너무 처참하다는 차원에서 전북도민들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그날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새만금이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어도 이랬을까,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눈물 위에 메워진 땅이 새만금이다. 눈물 위에 한숨이 쌓이고 분노가 섞이고 자조가 똬리를 틀었다"며 "새만금이 죄가 없듯이 전북도민도 죄가 없다. 이제 고문을 멈추고 희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은 "앞으로 20, 30년 또 이렇게 갈 수 없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후다닥 해치워야 한다. 하여튼 고민을 좀 해보자"고 새만금청 업무보고를 마무리했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남은 과제는 대통령이 말한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것'과 '하여튼 고민'이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 청장은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난 지 사흘 후인 이달 15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21년 기본계획에 짜놓은 매립면적(291㎢)이 다 필요한지 사업부지마다 타당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면 재설계'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전북 차원의 새만금 비전을 공론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야영 텐트조차 치는 못하는 곳에 산업단지가 어떻게 가능한지, 사상누각 같은 수변도시는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사업의 목표연도 2050년에도 현재 계획은 유효한지, 재정투자 계획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사업 추진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것도 새만금개발청이 '단독'으로 하지 말고 여야 정치권과 행정,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속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핵심 쟁점을 숙의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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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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