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당선된 충북대학교 총학생회장이 극우 유튜버들의 난입으로 방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한 충북대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 기간 "반탄 집회 주도 학생"으로 정치활동까지 나섰던 그는 정작 총학생회장 당선 뒤 "반탄 집회에 주도는커녕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는 허위 주장에 나섰다가 증거가 나오자 침묵했다.
이를 두고 충북대 학생사회에서는 "극우 성향이 공개될 경우 득표율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숨기려던 것"이라며 총학생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5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충북대학교에서 이뤄진 총학생회 선거 결과 투표율 52.9%, 득표율 63.17%로 문병주 씨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올해 화학공학과 3학년으로 충북대를 재입학한 문 회장은 탄핵정국부터 지난 대선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활동을 공개적으로 해 왔다.
지난 3월 그는 학내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주최 측으로 참여했다. 극우 유튜버와 윤 전 대통령 지지자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그는 마이크를 쥐고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주도했다.
당일 윤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충북대 학생들도 집회를 열었는데, 극우세력 십수 명이 난입해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등 집회를 방해했다.
이날 극우세력에 의해 탄핵 찬성 측 학생 한 명은 계단에서 밀쳐져 부상당했다. 극우세력은 또한 실내로 대피한 학생들이 남기고 간 현수막과 유인물, 피켓 등을 탈취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문 회장은 지난 4월 안철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만나 지지 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고 소개됐으며, 자리에 모인 청년들을 대표해 "윤 전 대통령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회장의 행적은 충북대 총학생회장 선거 경선에서 일부 학생들에 의해 공론화됐다. 학생들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문 회장이 주도한 학내 집회에 유튜버 등 외부인이 모였으며, 그들로 인해 폭력사태가 벌어졌단 점을 문제 삼으며 문 회장이 학생사회 대표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문 회장은 자신이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는커녕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교내의 탄핵반대 집회 사진에 내가 없다.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주장하는 건 전부 의혹이고 허위사실에 따른 고소고발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안 후보 지지 선언과 관련해서는 "정치색을 빼고 진행한 간담회인데 안 후보 캠프 쪽에서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선언식 참여 청년들)도 피해를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 회장은 자신을 향해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의 사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조직은 사회주의 관련 단체와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라며 "사회주의는 대한민국 체제에 반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해당 조직에 대응하면 학생사회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될 것 같아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문 회장의 항변과 달리 그의 탄핵반대 집회 주도 장면은 영상으로 기록돼 있었다. 지난 4일 문화방송(MBC)은 문 회장이 지난 3월 마이크를 잡고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한 영상, 당시 MBC에 "헌법재판소의 편향성, 그리고 부정선거와 관련해 사람들이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도 <프레시안>에 "(지지 선언식) 당시 문 회장이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도자료가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차례 "집회를 주도한 적 없다"고 강조하던 그는 자신이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주도했다는 추가 자료가 나오자 침묵을 택했다. 문 회장은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정치활동까지 했음에도 이를 부인했던 이유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 질문에 아무런 답을 보내지 않았다.
문 회장의 행적을 비판해 온 송민재 충북대 학생공동행동 위원장은 <프레시안>에 "문병주 당선인의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윤어게인(극우)' 성향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극우 성향이 공개될 경우 득표율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명의 유권자로서 극우집회 주도자가 총학생회장이 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그런 사람이 학생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가치를 담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문 회장이 총학생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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