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결국 러시아 품으로? "미·러, 우크라에 영토 양보 포함 새 휴전안 수용 압박"

FT "돈바스 포기·군 절반 축소 등 러 편향 요구 담겨"…젤렌스키 정권 부패 의혹 제기 시점서 우크라에 치명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군대 축소를 골자로 한 휴전안을 마련한 뒤 우크라에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이 에너지 기업 관련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러시아 당국자들이 우크라전 종식을 위한 새 포괄적 제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된 제안에 따르면 우크라는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구역을 포함해 동부 돈바스 지역 영토를 양도하고 군대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또 핵심 무기 체계를 포기해야 하고 러시아 추가 침략에 대비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 지원도 축소된다. 외국 군대가 우크라 땅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러시아 내부 공격이 가능한 서방 장거리 무기도 더 이상 제공 받을 수 없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용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문건에 정통한 소식통은 해당 문서가 "러시아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 계획은 "푸틴(러 대통령)에 매우 편안한 것"이라고 봤다. 한 소식통은 이 계획을 받아들이는 건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우크라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를 "갖고 노는" 러시아 쪽 시도라고 비판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미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번 주 이 계획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길 바란다고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계획에 정통한 우크라 당국자들은 새 제안이 러 정부의 극대주의적 요구와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상당한 변경 없이는 해당 안으로 회담을 시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 조건은 수용이 어렵다고 여러 차례 확인해 왔다. 신문은 다만 미국이 협상을 위해 러시아에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하라는 압력을 넣는 것이라는 일부 덜 비관적인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새 제안에 대한 유사한 내용을 보도하며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가 우크라는 이 계획 준비에서 아무 역할도 부여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앞서 18일 미 매체 <악시오스>도 이 계획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하며 제안이 28개 항으로 이뤄져 있고 러 최고위 당국자가 이 계획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19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우크라 휴전 관련 외교적 노력을 재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도 무산된 뒤다. 이날 미군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휴전 관련 회담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된 뒤 곧바로 러 대형 석유회사를 제재하며 러시아 쪽에 압력을 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영토 양보 등 보도된 제안 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쪽에 경도된 태도를 취했을 때 압박한 적 있는 내용이지만, 젤렌스키 정권이 부패 의혹으로 취약해진 현 시점에선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들은 국영 원자력기업 에네르고아톰 비리를 수사하며 주동자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 티무르 민디치를 지목한 상태다. 민디치 등은 에네르고아톰과 결탁해 계약 업체들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1억 달러(약 1469억 원)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스비틀라나 흐린추크 에너지부 장관과 이전에 에너지부 장관을 맡았던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도 연루 의혹을 받아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 장관의 해임을 지시한 상태다. 겨울을 맞아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이 강화돼 정전으로 온 나라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 비리는 여론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AP> 통신은 19일 러시아의 대규모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에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 당국은 이날 테르노필의 9층 아파트 두 동이 야간에 공격 받아 적어도 19명이 산 채로 불 타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엔 5, 7, 16살 미성년자가 포함됐다. 이 공격으로 최소 73명이 다쳤고 2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전날 러시아 공습을 받은 아파트 인근에 인형들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