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로 눈 돌린 트럼프…푸틴 통화 뒤 미사일 '토마호크 지원' 달라질까

젤렌스키 회담 하루 앞 푸틴 통화 갖고 "2주 내 정상회담"…젤렌스키 "러, 토마호크 얘기 나오자 대화 서둘러"

가자지구 휴전으로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 중재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뒤 2주 내 정상회담을 예고했고 17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최근 장거리 미사일 토마호크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이 화두인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6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음을 알리고 "푸틴 대통령과 나는 합의된 장소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이 '불명예스러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에 앞서 "다음 주 고위급 참모 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며 미국 대표단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고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성공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달성을 위한 협상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며 "푸틴 대통령이 나와 미국이 중동 평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을 축하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곧바로 화답했다. 러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 대통령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통화에 대한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정상회담을 "지체 없이" 준비할 것이며 이를 "진정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양 정상 간 두 번째 회담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즉각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회담 시기는 "대표단인 러 외무장관과 미 국무장관이 어느 정도 작업을 마치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푸틴 대통령을 "아마 2주 안에 만날 것"이라고 제시했다. 두 정상은 지난 8월 미 알래스카에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미·러 정상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히고 "그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와 나눈 대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워싱턴DC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획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푸틴 통화 뒤 "미국도 토마호크 필요" 지원 가능성 완화

최근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공급 가능성이 화두인 가운데 이날 미·러 정상 통화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16일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토마호크 공급이 전장 상황을 바꾸지 못한 채 "평화 합의 전망은 말할 것도 없고" 양자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크렘린은 지난 주말에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토마호크 공급 가능성이 "극도로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뒤 관련 발언을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취재진에 이번 통화에서 토마호크 공급 관련 "논의가 많이는 아니고 약간 있었다"고 밝히고 "우린 미국을 위해 토마호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그걸(토마호크) 많이 갖고 있지만, 필요로 한다. 이를 고갈시킬 순 없단 의미"라며 지원 여부 및 예상 공급량이 불투명함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4일엔 회담을 앞둔 젤렌스키 대통령이 "토마호크를 원할 것"이며 "우린 토마호크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 공급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휴전을 촉구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휴전 의지를 보이지 않자, 좌절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공급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준비 중인 러시아 제재 법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난 어떤 것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은 완벽한 시점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16일 워싱턴DC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토마호크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화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동에서의 성공적인 테러와 전쟁 억제 기세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푸틴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나 다른 테러범들보다 더 용감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장 사거리가 2500km에 이르는 토마호크는 우크라이나에 비행장, 에너지 시설과 같은 러시아 내부 목표물을 공격할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장거리 무기 제공이 전장 안팎에서 긴장 고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봐 지원을 주저해 왔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이 토마호크 도입이 전장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진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고위 관계자가 토마호크가 우크라이나가 이미 운용 중인 장거리 무인기 공격 성과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량 및 예상되는 러시아 내 목표물 제한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국방전략센터의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토마호크 제공이 실질적 용도를 넘어 "정치적 신호"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마호크 공급은 "미국이 이전과는 달리 우리를 다시 단호히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지속 관련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러, 겨울 앞 우크라 전력망 공격 가속…젤렌스키 "패트리어트, 토마호크 필요"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을 강화하며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호소 중이다. <AP> 통신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밤새 무인기(드론) 300대와 미사일 37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및 기반시설을 타격하고 전력망 복구 작업 중인 기술자들과 응급 구조대원을 향해 반복적으로 집속탄 이용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가을 러시아는 매일 우리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습 중"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운영사 우크레네르고(Ukrenergo)는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8곳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 석유·가스 회사 나프토가즈(Naftogaz)에 따르면 공습 뒤 이달 들어 여섯 번째로 천연가스 기반시설이 파손됐다.

우크라이나 전력망은 2022년 2월 전면전 개시 이래 러시아의 주요 공격 대상이 돼 왔다. 특히 겨울을 앞둔 시기 에너지 시설 공격은 난방 부족으로 주민 고통을 가중시켜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가 추위를 무기로 삼는다고 비판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영상연설을 통해 "장거리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패트리어트와 토마호크 같은 도구가 평화를 위한 장기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8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먼도프 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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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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