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공론화한 임태희… 수능 영어듣기평가 폐지도 제안

현 교육과정 속 듣기평가 실효성·소음 및 낮은 음질 등에 대한 시험장교 및 감독관 부담 등 이유

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부·국가교육위 등과 논의 통해 빠른 개선 추진 예정

▲14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영어듣기평가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전국 시도교육감 가운데 최초로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을 공론화 시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영어듣기평가’ 전면 폐지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14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어듣기평가는 교육적 시각에서 볼 때 소통을 위한 영어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적정한 지표가 될 수 없다"며 "정답을 맞추기 위한 높은 사교육 의존 현상 등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듣기평가는 적절한 평가 도구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 경기도내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시험 감독관 및 시험장교로 선정된 학교 관계자 등은 이구동성 가장 힘들었던 준비 과정으로 영어듣기평가를 꼽았다"며 "가장 까다롭고, 사고 발생 요인이 높은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3교시 영어영역에서 시행되는 듣기평가는 외부 소음 방지를 위한 비행기 이착륙 통제를 비롯해 문제 유출 위험과 음향 설비 교체를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 등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학교별 또는 교실별 음향 설비에 차이가 발생하고, 수험생 개인의 여건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올해 수능에서도 충북 청주시의 한 시험장교에서 스피커에 이상이 발생해 시험이 4분간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학교는 수능 전날까지 특별한 이상이 없었음에도 듣기평가 시작 3분 전 스피커 음질의 문제가 발견됨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매뉴얼을 기반으로 수험생의 동의를 얻어 쉬는 시간 20분 중 4분을 줄여 CD 플레이어를 이용해 문제를 재생했다.

그러나 시험이 종료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방송 장애 등을 이유로 제대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불만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돌발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에 부담감을 느끼는 교사들의 시험 감독관 기피 현상과 학교의 수능시험교 선정을 기피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임 교육감은 "이미 교육과정 속에서 영어수업 및 수행평가를 통해 ‘듣기’에 대한 훈련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수능에서의 듣기평가를 소통역량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실제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의 이 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그는 앞서 지난 1월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영어듣기평가의 전면 폐지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임 교육감이 제시한 개혁안은 △학생 내신 평가 변화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 △대입 전형 개선 등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폐지 및 5단계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전면 도입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창의적 사고력·문제해결력 등 학생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 기록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학생의 합격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수시와 정시 전형을 학생 내신 평가·학교생활기록부·수능 성적을 종합해 선발하는 통합전형으로 개선 △신뢰성 있는 서·논술형 평가 채점 기간을 확보하고, 수시·정시 통합전형의 운영 및 졸업 시까지 학교생활의 연속성 보장과 학습 및 성장의 기회 부여를 위해 현재 11월에 시행되는 수능시기를 9월로 변경 등도 포함됐다.

이 같은 영어듣기평가의 폐지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어듣기평가의 경우, 이미 2014학년도 수능부터 폐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듣기평가가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어듣기평가의 폐지를 결정했다.

임 교육감은 "영어듣기평가의 폐지는 앞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졌던 사안으로, 많은 교육감들이 동의를 표시한 바 있다"며 "오는 20일 열리는 제105회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다시 한번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친 뒤 교육부 및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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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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