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과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더라도 너무 나간 발언이다. 10월 28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로 요청한 것을 두고 하는 비판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일단 발언의 맥락을 보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으로 이뤄지는 한미공조 프로그램을 제안한 셈이다. 이는 2021년에 체결된 AUKUS(오커스, 호주·미국·영국 안보협정)과 흡사한 모델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발언 및 실제 추진 여부에 따른 외교적 파장은 차치하더라도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미국이 핵잠에 사용하는 연료는 '무기급 우라늄', 즉 U-235가 90% 이상인 연료를 사용한다.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소형원자로와 함께 공급받기로 한 연료도 이에 해당한다. 세 나라가 별도의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무기급 핵연료를, 그것도 군사적 용도로 공급받으려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수준이 아니라 별도의 안보협정을 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연료는 무기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비확산 기구들과의 협의도 중대한 과제로 남는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AUKUS의 사례를 보면 호주의 핵잠수함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2458억 달러(한화 약 3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5척에 달하는 잠수함뿐만 아니라 3척의 자체 잠수함 건조, 조선소와 기지, 운영·유지 등 2055년까지 소용되는 비용이다.
트럼프의 주장처럼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경우엔 자체 건조보다 비용이 더 소요될 것이다. 또 실제 전력화까지는 10년 안팎이 족히 소요될 것이다.
이렇듯 핵잠수함 보유 추진은 여러 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사안이다. 기술적으로는 가보지 않은 길이고, 미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며, 국제 비확산체제의 강력한 견제를 받을 수 있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그러하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칭한 북한(조선) 및 중국과의 관계, 조러 군사협력에 미칠 영향도 걱정거리이다.
군사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최신 디젤 잠수함의 잠항 시간은 15-20일 수준이다. 한국 해역 주변과 인근 수역에서 작전을 펼치기에는 이미 상당한 잠항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재고를 강력히 촉구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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