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추가개방 철저히 방어…어제까지 전망 밝지 않았으나 급진전"
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에 최종 협의했다고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이 공식 발표했다.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내용이다.
김 실장은 이날 저녁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0월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불(달러)은 현금 투자 2000억 불과 조선업 협력 1500억 불로 구성된다"며 "(현금) 2000억 불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불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로, 다만 중요한 점은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불로 설정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말해 2000억 불의 투자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연간 200억 불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김 실장은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연 200억 달러는) 캐피탈 콜 방식"이라며 "일시에 (200억을) 한꺼번에 다 보내는 일은 없다. 사업별로, 그것고 기성고(旣成高), 마일스톤에 따라 사업이 진척되는 정도에 따라 보내기 때문에 처음에는 착수금만 가는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그는 "사업이 연도별로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가기 때문에 일시에 그 돈이 한꺼번에 요청돼서 인출되는 일은 없다"며 "200억 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 기본적으로는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 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다. 우리 시장에서 바로 조달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자·배당 등 수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 200억 불 한도면 우리 보유 외화자산의 운용 수익으로 거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부를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하더라도 보증채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생각은 없다. 그런 경우라도 (산은·수은처럼) 국제 시장, 캐피탈 마켓에서 기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 중 '마스가' 관련 1500억 달러에 대해서는 "마스가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신규 선박 건조시 장기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우리 외환 시장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같은 총액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의 반대급부로 한국이 얻게 될 관세 인하 조치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는 7월 30일 합의 이후 이미 적용되고 있는 대로 15%로 인하해 지속 적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에는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또 "품목관세 중에서 의약품, 목재 제품은 최혜국(MFN) 대우를 받기로 했다"며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실장은 협상 결과에 대한 자평에서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 시장에 대한 실질적 부담을 크게 경감했다"며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외환시장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설득했고, 미 재무부·상무부와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연간 한도 200억 달러' 조항 외에도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도 마련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나 원화 투자 등의 대안이 한때 검토됐지만 미국 측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연도별 한도'라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선 분야 1500억 불은 우리 기업들의 FDI로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보증을 받게 되며, 특히 선박 금융까지 포함해 외환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부담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 투자의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도 협상의 성과로 꼽았다. 그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며 "상업적인 합리성이란 투자 금액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보장된다고 투자위원회가 판단하는 투자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돼있으나, 한국이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한 연간 조달 한도를 설정했으며,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동 손실을 보존할 수 있도록 특수목적법인의 구조를 엄브렐라 형태의 SPC(특수목적회사)로 설계해 손실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예컨대 한국 자본으로 미국에) 원자력발전소도 짓고, 인프라도 하고, 여러 사업이 나올 텐데, 프로젝트별로 SPC를 만드는 게 아니고 그것을 하나로, 엄브렐라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사업을 하다보면 어떤 것은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이 나오고 (다른 어떤 것은) 더딜 텐데, 그럴 때 좀 더딘 쪽에서 잘 나온 쪽의 이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엄브렐라 SPC 구조도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 측이 협의위원회의 검토나 협의와 달리 일방적인 투자를 요구할 경우, 추후에 미국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안전 장치도 확보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투자위원회는 미국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협의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산업부 장관"이라며 "양 위원회가 상호 협의하면서 투자 프로젝트도 고르고, 의견도 서로 내고,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투자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하게 돼 있고, 투자위원회는 협의위원회에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협상 타결의 또다른 성과로 "관세 인하와 발효의 구체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점을 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한 7월 30일 합의에 더헤, 목재 제품, 항공기 부품, 제너릭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 인하를 확보했다"며 "상호관세 적용에 있어서, MFN이 15%를 초과하는 품목이라도 한미 FTA를 충족하는 품목은 15%의 관세가 부과됨을 명확히 해 FTA 체결국으로서의 이점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 핵심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받았다"며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대미 시장 진출 여건을 개선하고, 특히 아직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인도 등 여타국 대비 유리한 수출 환경을 확보했다"고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관세 인하 대상과 시기가 구체화됨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한 우리 기업의 대미 진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제조업, 제조업 재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미 투자 관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유무형 지원도 확보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가급적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했다"며 "또한 미국 정부는 각 사업 추진에 필요한 연방 토지의 임대, 용수·전력의 공급, 구매 계약 주선 및 규제 절차 신속 진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농산물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며 "민감성이 높은 쌀·쇠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개방을 철저히 방어했고, 검역 절차 등에서의 양국 간 협력 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 간의 통상협정과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자 "일본이 확보한 안전장치는 우리 MOU에 전부 그대로 반영이 돼있다. 일본 MOU에 있는 내용이 우리한테 결여돼 있는 내용은 없다"며 "그런데 우리가 일본 MOU에 없는 사항들을 많이 추가를 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더 대외자산이 월등히 많은 나라고 기초통화국이어서 우리만큼 외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덜하다"며 "우리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다 보니까 몇 가지 일본에 없는 장치들이 추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몇 가지 장치'들의 사례로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선별해 투자한다는 조항"과 △"현금 투자 규모도 일본은 그냥 5500억 불로 돼있지만 우리는 3500억 불 전체 패키지 중에서 2000억 불만 현금 투자"여서 "현금 투자 대비로 하면 일본 대비 우리가 36% 수준"이라는 점 △"조선 분야 투자를 명시했다"는 점 △투자 추진·조율을 '엄브렐라 형태의 SPC'로 하기로 한 점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임해야 된다는 조항" 등을 꼽았다.
김 실장은 협상 경과에 대해 "그간 정부는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미국 상무부와 23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과 일일이 세기 어려운 실무회의를 통해 미국과 협의해 왔다"며 "오늘 열린 한미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관 산업 장관을 '터프 네고시에이터'(터프한 협상가)라고 지칭할 정도로 그 과정은 상당히 치열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은 절차에 대해 "(양국간 협정서에 준하는) '팩트시트'는 전반적으로 안보와 다 합쳐서 (하느라) 2~3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과 관련된 MOU는 거의 문안이 다 마무리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MOU를 이행하기 위해 법이 제정돼야 되고, 그 법이 국회에 가서 통과돼야 된다는 그런 조항도 있다"며 "법이 제출(통과)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서 관세를 인하하기로 양국 간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팩트시트에 양국 산업부·상무부 장관이 공식 서명을 하고, 그것을 기초로 국회에 설명을 하고 법안을 내고, 11월 중순까지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 사실을 미국에 알릴 것이다. 그게 양국 간에 확인이 되면 그 달의 1일, (즉) 11월 1일 정도로 소급해서 관세 인하 시점이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김 실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나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의 외신 토론회 등을 보면 관세협상 타결 전망이 어두웠는데 이날 전격 타결된 배경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협상 상대방이 있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지 않겠나"라고만 했다.
그는 "우리는 원칙을 가지고 누차 말씀드린 대로 '시기 때문에 국익을 소홀히하는 일은 없다'는 원칙대로 임했다"며 "어제 저녁에도 그렇게 전망은 밝지 않았고, 당일날 우리로서도 급진전됐다, 이런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PEC 참석 8개국 정상 만찬 행사 직전 기자들과 만나 '통상 협상이 타결됐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우리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축사에서도 "한국과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생산적인 회의였다"며 "관세협정도 거의 최종단계까지 갔다"고 언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