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 트럼프가 중재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휘청'…이스라엘 공습으로 70명 사망

'인질 주검 발굴 연출 및 이스라엘군 공격' 이유…하마스, 주검 인도 유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및 정상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휴전이 또다시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했고 하마스는 이에 대응해 인질 주검 인도를 유예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군에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공습을 즉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날 앞선 성명에서 하마스가 전날 인도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이미 2년 전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사망 인질 오피르 차르파티로 밝혀졌다며 이는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가 2023년 12월1일 이스라엘군이 발굴한 차르파티의 유해 일부를 휴전 협정에 의해 송환해야 할 주검으로 눈속임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IDF)은 차르파티의 유해 발굴 과정에서도 하마스가 속임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군용 무인기(드론)으로 공중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하마스가 전날 흰 천으로 감싼 차르파티의 유해를 구덩이에 넣고 흙으로 덮어 재매장한 뒤 적십자사 앞에서 해당 유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처럼 가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는 인질 주검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이를 보관하고 조작 중"이라고 비판하며 장비 부족으로 인양이 어렵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적십자사는 이와 관련 성명을 통해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했"고 "우리 팀은 그저 사전 지식 없이 유해 발굴로 보이는 상황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이 협정에 많은 게 달려 있고 많은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꾸민 거짓 발굴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또 다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고도 했다. 28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는 "협정 위반"으로 "군이 강력 대응"해 하마스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체는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스라엘 예비군 1명이 사망했고 공격은 1차 철수선 동쪽, 즉 이스라엘군 통제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군 공격과 이 조직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휴전 합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는 공습에 대한 항의로 인질 주검 인도를 유예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28일 인도하려 했던 기발굴 주검 송환을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을 들어 연기했고 이날 2구의 주검을 더 인양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선 수십 명이 숨졌다. <로이터>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공습 사망자를 최소 70명으로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가자지구 민방위와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날 북부 가자시티부터 중부 누세이라트, 남부 칸유니스에 이르는 가자지구 전역의 주택과 학교가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자 민방위 대변인은 BBC에 "계속되는 폭격과 장비 부족으로 극도로 어려운 조건에서 작업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오전까지 공습을 이어간 뒤 이날 오전 10시께 휴전이 재개됐다고 선언했다.

미, 이스라엘 공습 용인 "휴전 유지 중"…인질 가족 등 불만 커지며 네타냐후 '자제력' 시험대

미국은 이스라엘 공습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휴전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관련해 취재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을 죽였다. 이스라엘은 반격했고, 반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습이 휴전을 위태롭게 하냐는 질문을 받고 "어떤 것도 휴전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AP> 통신은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8일 공습 개시 전 미국에 이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하마스)이 착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의 목숨은 끝장날 것"이며 "그래야 한다면 우린 하마스를 매우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그게 하마스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JD 밴스 미 부통령도 "휴전은 유지 중"이라고 못 박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작은 충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평화는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28일 밝혔다.

인질 주검 송환 관련 이스라엘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계속해서 억누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하마스가 계속해서 게임을 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투 재개를 명할 것을 촉구했다.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도 네타냐후 총리에 "하마스 파괴"를 요구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가자지구 휴전 요구를 이끌었던 인질 가족들도 인질 주검 전원 송환 때까지 2단계 협상에 돌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인질 가족 단체는 27일 "이스라엘 정부, 미 행정부, 중재국들이 모든 인질을 이스라엘로 돌려보내고 모든 의무를 충족할 때까지 협정을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공습 외에도 1차 철수선 위치를 가자지구 안쪽으로 더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채널12 방송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질 유해 거짓 발굴을 명확한 협정 위반으로 보지 않고 이스라엘에 휴전을 무너뜨릴 "급진적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국 쪽은 대신 하마스에 주검 반환을 위한 72시간 최후통첩을 다시 한 번 보내고 이후 철수선을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내각 회의를 통해 가자지구 공습 재개와 철수선 확장 계획 추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압도적 대응 필요성은 정치 성향 전반에 걸쳐 이스라엘 국민을 단결시키는 얼마 안 되는 문제 중 하나"라며 내년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제력을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한 소년이 이스라엘 공습 뒤 무너진 집의 잔해 위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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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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