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가게가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내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중국인이 들어오면 한국인들의 반감이 심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가게 입장인데, 극우세력의 혐중(중국 혐오) 집회와 더불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반중 정서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중국인 A 씨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위치한 B 카페에 방문했다가 입장을 거절당했다.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해당 카페의 방침이라는 이유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거부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 A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그는 "가게 주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 특정 국적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확신한다"며 "2025년 현재 한국 서울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게시물은 해외 커뮤니티에 퍼졌으며, 외국인 및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사이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9만 팔로워를 보유한 재한 중국인 인플루언서 헨리(본명 李欣阳) 또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고 "한국에서 본 카페 중에 가장 인종차별적인 카페"라고 성토했다.
헨리가 게시한 영상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문제행동을 저지르기 때문에 입장 거부가 정당하다는 한글 댓글이 여럿 달렸다. "요즘 중국인 무비자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거나 "모든 중국인이 제발 한국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중국인 관광객이 와서 카페를 어지럽게 했으면 그렇겠느냐" 등의 내용이다.
실상은 어떨까. 실제로 B 카페는 지난 21일부터 중국인 손님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we do not accept Chinese guests"(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라는 공지를 게시했다. 중국인이 가게에 들어오면 한국인들이 강한 반감을 내비친다는 이유다.
B 카페 사장 C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회적으로 반중 성격이 강하고 중국인 손님이 오시면 한국인 손님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국인 왔네', '짱X 왔네' 등의 반응을 하는데, 이런 반응 자체를 만들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하는 것이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낄 수는 있다"면서도 "가게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행동일 뿐이지 반중이나 인종차별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반중 성격이 줄어들면 다시 중국인 손님들을 받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B 카페의 '노 차이니즈 존' 방침은 극우세력의 혐중 집회와 더불어 점점 심해지는 국내 반중 정서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초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란 답변은 71.5%이다. 이는 2020년 40.1%에서 31.4포인트(p) 상승했을뿐더러 북한(79%)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소장은 <프레시안>에 "과거에는 미세먼지나 황사, 코로나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합리화하려는 측면이 있다면, 이제는 특별한 근거 없이도 중국인을 혐오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은)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 국가 또는 인종을 배제한다는 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 권고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문제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보고 글로벌차이나연구소 소장도 "넓게 보면 인종차별이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적대감,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다층으로 퍼져 있다"며 "중국에 가지고 있던 우월감이 중국의 발전에 따른 상실감, 피해의식 등으로 넘어가면서 중국을 적대시하고 중국인을 멸시하는 감정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국적이나 인종에 따른 차별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 소장은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규정하는 법이 없다 보니 이번 사건처럼 구체적인 차별 행위가 발생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별행위를 하는 입장에서도 자신의 행위가 차별이고 혐오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차별금지법 등 차별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