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진짜 만나나? 정동영 "북한, 판문점 정비 작업 하고 있어"

"트럼프-김정은, 담대한 상상력 가진 지도자…하늘이 준 기회 놓치지 말아야" 북미 정상 회동 촉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에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동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 북측 지역에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양 정상 간 만남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정동영 장관은 북미 정상이 만남을 가지려는 "징후와 단서는 여전히" 있다면서 "북쪽은 판문각 지역 미화작업, 잡목 및 주변 정리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들어 처음 관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이 "청소도 하고 풀 뽑고 화단 정리" 등도 진행한다면서 "지난 1년 여 동안에는 그런 동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작업을 하던 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움직임을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했다. 양측이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으니 북한이 그에 맞춰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양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집권했던 때인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에서 회동한 바 있다. 그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4개월 만에 만난 자리에서 양측은 약 1시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이후 북미 간 실무접촉이 재개됐지만 이 역시 결렬됐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 고위급 회담은 6년 동안 중단된 상태다.

정 장관은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경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판문점) 북측지역에서의 회담이 처음이기 때문에 경호나 의전상의 실무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한 기술적인 사안은 한반도 평화라는 엄중한 문제 앞에서 사소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전문가들은 그에 따른 대안으로 판문점에 있는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나 T3(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하면 장소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 내 T2, T3는 군사분계선(MDL)이 가로지르는 곳으로, 어느 쪽의 영토도 아니다.

정 장관은 "문제는 시간이다. 이번 기회냐 다음을 기약하냐의 문제"라며 "에이펙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황 속에서 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진다면 한반도가 평화 공존의 시대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전환되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양 정상이 결단을 내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꼭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굉장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여러 징후나 단서를 종합해보면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 장관은 "북의 입장이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던) 2019년과 달라졌다. 그래서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도 "북한의 국제적 위상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도 평화와 안정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9차 당 대회 앞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와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평화적·안정적 정세가 돼야 생존권·발전권 추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장관은 "미국도 미국대로 움직이고 있다. 앨리슨 후커 미 정무차관이 서울에 다녀가고 대사대리를 북미 회담에 참여했었던 케빈 킴으로 교체했사든지, 유엔사령부가 판문점 견학을 중지했다든지 하는" 만남의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본인이 전쟁을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는 사람이며 평화 건설자라고 했다"며 "8개 전쟁을 본인이 끝냈다고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72년이 된 오래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기회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두 지도자 모두 담대한 상상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고 다음을 기약하는 데 대해 양측에 모두 특별한 이점이 없다. 하늘이 준 기회를 두 지도자가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회동이 성사될 경우 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차량, 통신 지원 등"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실제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각 부처가 할 일을 하고 있다. 전적으로 양 지도자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1시간 여의 면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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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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