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두 국가를 강조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통일보다 평화적 공존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장과 유사하지 않느냐는 평가에 통일부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양측의 주장이 "전혀 다른 것"이라며 "임 전 실장은 통일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두 국가 였던 것 같고 장관이 말한 평화적 두 국가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두 국가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 장관이 언급한 평화적 두 국가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2단계 남북연합"에 해당되는 것이라면서 "연합이 기본적으로 두 국가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을 거처 통일을 이룬다는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골간이고 장관의 말은 그에 입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간 두 국가론을 계속 주장할 것이냐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질문에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평화적인 두 국가를 제도화하는 것이 바로 통일의 문을 여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두 국가로 못 가고 있기 때문에 통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다음날인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정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대통령과의 어느 정도의 교감 없이 하기는 쉽지 않은 이야기"라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임 전 실장은 "아마 정동영 장관의 말씀대로 상당히 논의 중인 것 같다. 논쟁을 동반한 논의가 되고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라며 "평화적 두 국가론은 저는 가장 실용적인 평화 공존의 방법이다. 그런 취지로 저는 작년에도 말씀드렸고 지금의 이런 논의는 굉장히 환영하는 바"라고 평가했다.
임 전 실장은 통일 여부와 관련 이날 방송에서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늘 중시하는데 통일을 우리가 이야기할 때도 통일의 최종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어느 시점 즈음에 그런 변화가 극적으로 올지, 또 그때는 어느 세대가 의사 결정을 하게 될지 우리가 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온전하게 평화와 공존을 이뤄내는 것이고 통일에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중요한데 지금 우리는 과정은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통일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뜻으로 쓰는, 입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자꾸 굉장히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통일에 대한 가치와 지향만 헌법에 남기고 그거의 최종 모습은 미래 세대에게 맡기자, 지금 우리는 평화 공존을 위해서 평화적 두 국가론 체제를 좀 안착시켜보자 하는 취지로 제가 설명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통일,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추구해온 국가연합 방안도 접어두자고 제안 드린다. 국가연합론이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남북이 통일 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남북 모두에게 거부감이 높은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인사말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도 새롭게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며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데 따라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해 임 전 실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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