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방주의에 흔들리는 한미동맹…국민 과반, 관계 악화는 "미국 때문"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서 주한미군 철수 안한다는 응답 30%대로 낮아져…"한미동맹 지속 가능성 회의감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안보 및 경제 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일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난 7월 10일~8월 13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 (PI: Personal Interview) 방식으로 실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5'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5.6%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3년 조사에서의 46.5%보다 10.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주한미군이 10년 이내 철수한다는 응답은 4.5%에서 12.3%로, 20년 이내 철수한다는 응답은 15.2%에서 21.1%로 각각 증가했다. 30년 이내 철수한다는 응답은 22.8%로 2년 전과 동일했으나 50년 이내 철수한다는 응답은 11.1%에서 8.2%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추세"라며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한미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악화될 것이다'와 '다소 악화될 것이다'라는 응답을 합해 36.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7%에 비해 약 3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연구원은 "이는 트럼프 집권 시기인 38%와 유사하다. 2021년에는 25.9%로 감소했고 본격적인 바이든 집권 시기인 22년 가을부터 24년까지 네 번의 조사에서 모두 10%대 응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미 관계에 대한 평가는 지지정당과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36.4%, 국민의힘 지지자의 38.4%가 한미 관계가 지난 1년동안 악화됐다고 평가했으며,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도 36.6%가 이같이 답했다.

5년 뒤 한미관계도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2022년 조사보다 약 4배 증가하기도 했다. 2022년 4월 한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4.8%로 집계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0.4%로 나타났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022년에는 31.5%로 집계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2.6%로 하락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의 당선과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한미관계에 대한 평가와 향후 한미관계에 대한 전망에 투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한미관계 악화의 원인이 미국 때문이라는 응답이 지난해 13.4%에서 올해 52.9%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 9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미국의 이같은 일방주의적 행보에도 한미동맹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과 동맹 강화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21.2%에서 올해 32%로 집계됐다. 미중 간 균형외교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59.2%에서 54.5%로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과반이었다. 이어 중국과 관계 강화는 6.4%에서 5.1%, 자주외교는 13.2%에서8.4%로 다소 줄어들었다.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미중경쟁 격화 속에 심화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데 여전히 미국이 한국의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는 한국 시민들의 인식을 보여준다"며 "미국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중국을 중시하는 외교에 대한 선호로 전이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연구원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대한 불만, 그리고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나, 불안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인들은 그래도 한미동맹을 안보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반감은 지지 정당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신뢰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17.8%에 달했다며, 이는 결코 적은 비율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중국의 선거 개입을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중국에 대해 더 분노하거나 역겨움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라며 "중국의 선거 개입과 같은 음모론에 대한 신뢰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연계될 때 중국인들에 대한 비민주적· 폭력적 행동까지도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남북관계와 관련,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49%로 2014년 통일연구원의 통일인식조사가 도입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필요없다는 응답은 51%로 나타나 조사 이후 필요와 불필요 응답 비율이 최초로 역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영향,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그리고 국내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결과는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원은 "모든 세대에서 통일 필요성 인식이 하락되는 현상이 관찰됐다"라며 "통일 인식 저하가 특정 세대 국한이 아닌 범세대적 포괄 현상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통일에 대한 필요성은 낮아진 반면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는 높아졌다.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63.2%로 2016년 위 조사 문항이 포함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평화적 공존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7년 이후 '보통' 응답비율과 '비동의' 응답 비율보다 통계적으로 높은 경향이 지속된 가운데, 조사 이래 처음 평화적 공존에 의하는 비율이 60%를 넘었다"며 "남북 대화·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이 누적되면서 국민이 전쟁 발발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된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2025년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은 세대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91년-2000년 생)로 응답자의 73.7%가 평화적 공존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전년 대비 12.9% 상승했다.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가장 낮은 세대는 산업화 세대(1951년-1960년생)와 386세대(1961년-1970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적 공존을 넘어 '적대적 공존'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도 괜찮다는 응답이 47%로 '보통' 이라는 응답 27.7%, 현재와 같은 분단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 25.3%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위협은 일상화되었지만 즉각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 상태도 버틸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적대적 공존에 대한 거부감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적대적 공존 선호 증대는 국민이 갈등을 원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변화보다 현상 유지가 낫다고 느끼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남북관계 교착 국면이 평화적 공존뿐만 아니라 적대적 공존 선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구조적 딜레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는 (주)한국리서치가 2025년 6월 <주민등록인구현황>에 근거한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 방식으로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를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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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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