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피살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를 현지로 보낸 국내 대포통장 모집조직 주범 A(20대) 씨가 구속됐다. 전세기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은 오늘 결정될 예정이다.
19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피해자 박 씨를 캄보디아로 보내 사망케 한 A 씨를 19일 구속했다.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렸으며, 심사를 맡은 손영언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지난 7월 대포통장 알선책 홍모(20대·구속기소) 씨로부터 지인인 박 씨를 소개받아 박 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토록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홍 씨는 박 씨와 같은 대학에 다닌 인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박 씨는 7월 17일 홍 씨가 속한 조직의 지시에 따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3주 뒤인 8월 8일 깜폿주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 캄보디아 현지인은 박 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에 대한 현지 부검은 오는 20일 오전 9시(현지시간)경 실시될 예정이다. 현재 박 씨 시신은 캄보디아 턱틀라 사원에 안치돼 있다. 경찰은 수사관을 캄보디아로 급파해 부검에 입회하기로 했으며, 정부 합동 대응팀도 입회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세기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 또한 이날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체포 상태로 조사받는 인원이 많은 만큼,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환된 64명은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2시경 전세기 탑승과 동시에 체포돼 20일 새벽 체포 시한이 만료된다.
피의자 64명은 현재 충남경찰청에 45명, 경기북부청에 15명 등 전국 각지로 분산돼 조사받고 있다.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들이 잇달아 검거되면서 경찰은 대포통장 조직 윗선으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수사망에 오른 일부 연루자가 특정됐으나, 점조직화된 대포통장 조직의 특성상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박 씨의 부검 결과와 국내 수사 내용을 토대로 범죄 조직 구조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인터폴 등 국제 공조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단지 배후로 지목한 프린스 그룹과 후이원 그룹 등에 대한 금융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캄보디아 범죄 관련자를 금융 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금융위의 사전 허가 없이 금융·부동산·채권 등 재산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유력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프린스 그룹은 인신매매·온라인 사기·불법 감금 등 각종 강력범죄 배후 조직으로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이원 그룹또한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 온 혐의를 받는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프린스 그룹 등과 거래할 경우 2차 제재(제재 대상자의 거래상대방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업계에 당부했으며, 올해 안으로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 범죄자금의 가상자산 세탁과 관련해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