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성장한 물류산업은 비대면 소비 확산의 이면에서 저임금·고강도·일용직 중심의 불안정 노동을 확대시켰습니다. 특히 경기지역은 국내 물류센터의 70% 이상이 밀집된 곳으로, 다양한 고용 형태와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기 적합한 지역입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사회공공연구원에 실태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가 진행됐고, 곧 보고서가 발간됩니다. 연구진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필한 세 편의 글을 통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물류노동자의 현실을 조명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노동조합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_공공운수노조
경기도 내 주요 물류단지들은 고속도로망을 따라 입지하고 있다. 경인·서해안 라인의 경기 서남부, 영동·중부 라인의 경기 동남부, 라인의 경기 남부로 나뉜다. 이들 지역은 교통 접근성 외에도 과거 지가가 저렴했던 외곽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경기지역 주요 물류단지들은 중부권 거대 물류단지들의 물량을 수도권 내 각지로 전해주며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규모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경기지역 물류단지의 주요 입지는 그간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신도시가 들어선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물류센터 입지를 둘러싼 지역갈등과 이와 관련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천 검단 물류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 화성 동탄2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최근 지방의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본격적으로 물류단지 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물류단지 또는 물류센터의 건설에 따른 가장 큰 민원 사항은 화물차의 유입에 따른 교통‧안전‧환경 문제이다. 특히 최근 들어 중소규모 물류센터들이 도심지역 내로 입지하고 있어 이와 같은 민원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일부 생활물류 대기업은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와 같은 도심형 물류센터와 같은 대안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결국 물류센터 공급부족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자체들은 산업적 요구 외에 고용창출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기 때문에, 지역갈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물류산업 육성을 추진한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기대하는 고용창출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자동화는 제한적이지만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로봇 공학의 발전에 따라 센서뿐만 아니라 그립 기술 또한 발전하면서 자동화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와 더불어 랜덤스토우(Random stow) 방식의 재고관리에 AI 활용이 더해지면 효율성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정 시점이 지나면 국내에서도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향후 방향성 전망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시도되고 있으나, 동시에 편법적 노동덤핑을 통해 노동력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생활물류 업계의 대표주자인 쿠팡이 아마존과 가장 다른 점으로 자동화가 아닌 노동집약형 물류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이 꼽힌다. 물류센터 건설비용과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이를 통해 쿠팡은 급격한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 효율성 저하와 비용 증가로 인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반면, 아마존의 경우 다양한 자동화 설비와 로봇들이 노동자들과 협업하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기계의 리듬에 인간 노동자가 맞추어야 하는 측면이 커지면서 노동안전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측면도 있다.
노동집약적 형태든 기술집약적 형태든 물류창고는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더럽고, 춥거나 덥고, 위험한 공간이다.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를 통해 일하는 공간에서 물류센터 노동자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확인해 본 결과 먼지, 더위와 추위 등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화장실 및 휴게공간 문제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었다. 이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작업장'을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 아닌 '창고'로 설계된 물류센터 공간의 특징이자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물류센터 노동자 외에 물류단지를 출입하는 화물노동자들은 단지 내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해 불법주정차 위험을 감수하며 먼 거리에서 대기해야 하고, 휴게공간 사용의 제약으로 기본적인 휴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화물노동자들은 상하차 업무 부담을 호소한다. 이로 인한 불만도 크고, 최근에는 관련 재해와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당분간 물류센터 대형화와 경기지역 집중으로 인해 경기지역 물류단지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가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들을 위한 인프라 및 지원시설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물류단지 개발에 있어서 지자체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물류단지 운영 및 관리에 대해서도 지자체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자체의 역할 필요성에 대해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감을 보여주었으며, 지자체 주도로 물류단지 내 공동식당, 공동휴게실, 보건지소, 노동상담소, 치안센터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적극적인 공감을 드러냈다. 그밖에도 편의점 설치, 휴게시설 확대, 구내식당 증설, 샤워시설 설치, 냉난방 설비 증설 등의 요구가 있었다. 지자체 수준에서 물류단지 종사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조례가 필요하다는 데도 적극적인 공감이 있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자체가 물류센터의 노동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거나 근로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불법파견, 퇴직금 미지급, 임금체불, 법정휴가 미보장 등의 문제를 확인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노동조건과 관련해 특히 더위와 추위 문제를 언급하면서 물류센터에 냉방장치가 증설되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물류단지를 관할하는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고, 정기적으로 노동 관련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경기노동권익센터와 같은 위탁기관도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취약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경기도 내에서 가장 그 존재가 부상하고 있는 취약노동자가 바로 물류센터 노동자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비정규직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5년 단위의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 종합계획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더불어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 지원 및 비정규직 권익 보호 확대를 주요 정책 과제로 한다.
경기도 및 경기도의회는 경기지역 내 비정규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취약노동자인 물류단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자체적인 행정 조치나 사업 수행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 다양한 주체와 더불어 지역 내 주요 기업에 대해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감독하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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