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李대통령, 도저히 이해 못할 예능 출연"

민주당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 vs 국민의힘 "문재인 정권이…" 공방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석 전 경찰이 본인을 체포했던 상황에 대해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이 정부는 비상식적인 것이 뉴노멀인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두고도 "저도 기관장을 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능 출연"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14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지난 2일 영등포경찰서의 이 전 위원장 체포를 두고 "기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며 당시 심경을 묻자 "의원님 말에 100% 공감을 하고 있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좌파집단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하고 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한다"며 "저를 잘라내기 위해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였지만, 제가 자동으로 면직되고 난 이틀 뒤에 저를 수갑까지 채워서 압송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는 범주였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같이 말하는 이 전 위원장을 두고 "저는 마치 (체포 당시의) 이 장면이 어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정적들에게 칼을 맞고 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외치는 단말마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그날의 이진숙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바쳐진 추석 제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에 "저는 경찰의 조사를 성실하게 받아 왔다"며 "그런데 영등포경찰서는 무슨 이유로 저에게 사실상 가짜 출석요구서를 보내서 텔레비전 화면에 아주 굵게 '이진숙 여섯 차례 출석요구 불응' 이런 자막을 깔게 만들었을까.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생각을 했다"고 호응했다.

이 전 위원장은 또 이 대통령이 주재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 활동과 관련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만 참여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정치보복으로 미칠 수 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며 "그때부터 각종 사퇴 압박이 이어졌고 저는 쫓겨났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텔레비전 화면에서 어떤 사람들은 수갑을 차고 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소위 내란동조 세력이라고 해서 특검에 불려 나가고 있다"며 "대통령한테 한번 밉보이면 '당신들도 이렇게 될 수 있다', '될 것이다', 그런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 추석 연휴 기간 동안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일을 두고도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진숙이 재난기간에 휴가를 간다'고 반려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지까지 하고 대통령실에서 브리핑까지 했다"며 "공교롭게도 국가정보자원이 불타서 파괴가 됐는데 대통령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며 날을 세웠다.

이 전 위원장은 박 의원이 이 대통령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재난이 실제로 계속됐다면 저는 (휴가를) 가지 않았겠지만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정보가 다 파괴가 돼서 심지어는 우체국 배달까지 중단되는 그런 상황에서..."라며 "저 개인으로서는 저도 기관장을 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능 출연이었다"고 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방통위가 폐지된 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한 것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을 방미통위 출범의 명분으로 제시했고, 야당은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을 주장하며 방미통위 출범이 "졸속", "이진숙 끌어내리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방통위가 해체된 건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 초기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SBS 등 주요 방송국 인사개편을 두고 "(윤 정부는) KBS를 장악하고 YTN을 민영화하고 MBC도 재승인을 거부하고 민영화하려다 MBC까지는 못 갔다",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방통위 간부들을 겨냥 "과장-국장급 이상의 간부들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방송장악에) 부역하거나 아니면 묵인 내지 동조한 분들"이라며 "정권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방송을 장악해 가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은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그 어느 기관보다 공정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오히려 언론을 탄압하는 서슬 퍼런 칼이 되었다"며 "방심위와 방통위가 혼연일체가 돼서 내려 찍은 언론사 보도의 법정 제재들 결국 지금 어떻게 됐나", "최근 판결 1심 판결이 나는 25건의 소송 중에서 25건 전패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윤 정부 당시의 방송국 인사개편 등을 두고 "문재인 정부 때 방송 장악했던 것 되돌려 놓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그중에 일부 문제 있는 장면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다 방송장악이라고 매도하면서 본인들 뜻대로 멋대로 정부 구조까지 다 바꿔서 저렇게...(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이번 조직개편은 졸속"이라며 "오직 이진숙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이것 국민 안전 예산 정책 연속성 모두 희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금 출연을 두고도 "대통령께서 출연하게 된 그 이유, 또 대통령실의 압력은 있지 않았나 하는 이런 의혹이 든다"(최수진 의원)",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예능을 찍었고 그게 떳떳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실 대변인이 거짓말까지 한 것"(박정훈 의원)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선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지난달 2일 방통위 관련 법 통과를 위해 열린 과방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본인에게 보낸 비속어 문자를 공개, 이에 대한 후처리를 두고 여야가 고성을 동반한 채 부딪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이 보낸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하며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저렇게 사적 보복을 하는 저런 사람이 오늘 김일성 추정세력에 의해서 대통령실이 연계되었다라는 허위사실을 발표를 했다"며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당일 상황의 전후맥락을 따져야 하고 △문자메시지 공개를 통해 박 의원의 휴대폰 번호가 공개된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하며 박 의원의 신상발언을 주장했지만,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간사 간의 의사진행 발언만을 진행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는 두 차례 중지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여야 간의 대치가 계속되자 박 의원의 지난달 상임위 당시 욕설 영상을 재생, 국회법 145조 회의의 질서유지 2항에 근거해 박 의원에 대한 퇴장을 명령했다.

박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의원이 저희 방으로 들어와 전화해서 '나가서 해 달라'고 하니까 다짜고짜 욕하면서 '니가 뭔데 나가라 하느냐'며 멱살을 잡았고, 실랑이를 벌이며 여러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며 "화해하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보냈는데 답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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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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