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산을 찾아 장동혁 체제 출범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1박 2일 일정을 소화했다. 장동혁 지도부가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부산을 택한 이유는 최근 PK의 민심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부산시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역 불균형을 극복할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산 발전에 당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더 큰 도약을 이루려면 해양수산부의 물리적 이전 뿐만 아니라 제도적·기능적으로 온전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 대표는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부산 출신 의원을 해수부 장관에 앉히고 곧바로 연내에 해수부를 이전하겠다고 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석을 더 얻기 위한 얄팍한 정치적 행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어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장 대표가 뒤늦게 입장을 선회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PK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1개월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부산 지역의 정당 지지도 변화를 분석해보면 양당이 빠른 등락을 거듭하며 엎치락뒷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지지율 격차는 평균 10.75%를 보였다. 차기 부산시장을 두고 잠재 후보군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박형준 부산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 민심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보수에 쏠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장 대표는 이날 정부의 해수부 이전이 '형식적'이라고 깎아내리는 동시에 기능이 강화된 해수부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정권이 부산과 지역 균형 발전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해수부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라며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부산 동구에 위치한 해수부 임시청사를 찾은 자리에서도 "부산으로 오는 이유에 걸맞게 역할과 기능을 강화, 확대해 이전이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행정 부서 이전만으로는 우리가 꿈꾸는 해양수도는 실현 불가능하다"라며 장 대표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한편 장 대표는 전날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다. 손 목사는 21대 대선과 부산교육감 재선거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지난 9일 경찰에 구속됐다.
장 대표는 손 목사의 구속을 두고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이는 반인권·반문명·반법치·반자유민주주의의 문제다. 여기에서 다른 것은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해수부의 ‘온전한 이전’을 내세워 지역 현안에 힘을 싣는 동시에 강성 보수층,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결집을 노린 노골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이는 PK 민심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전통적 지지 기반을 단단히 묶어두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역의 여론은 아직 쌀쌀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