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정권 내준 과오 한탄스러워"

비상계엄 사과 없이 "여당, '해산' 운운하며 반지성 언어폭력…3대 특검 탄압 끝없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오만하고 위험한 정치세력에 국가 권력을 내준 우리 국민의힘의 과오가 더욱 한탄스럽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여권의 '내란 공세'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비상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 메시지는 연설에 담지 않았다.

송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이제는 야당의 위치에서 이재명 정권의 폭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바로 잡겠다"며 정부를 향한 비난 수위를 올려갔다.

우선 송 원내대표는 현재 국회의 모습을 "일당 독재의 폭주"로 규정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여당 대표는 걸핏하면 '해산' 운운하며 야당을 겁박하고 모독하는 반지성의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서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 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만들어 일방 통과시킨 3대 정치 특검은 이미 정치 보복의 도구로 전락했고, 야당 탄압은 끝이 없다"며 "뚜렷한 증거도 없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원회관, 지역구사무실, 자택까지 닥치는 대로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을 피의자로 해 소환장까지 발송했다"며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정치 폭력이자 정당 민주주의 말살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도 "인민재판과 무엇이 다르냐"고 쏘아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여당의 '검찰청 폐지' 착수에는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검찰 해체 4법'은 잘못된 것이다.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국회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검찰 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총지출 728조 원 규모의 정부 내년도 국가 예산안에 대해 "금년에 비해 무려 55조 원이 증가했다"며 "국가 재정 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급격하고 무책임한 재정 폭주"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의석에서 "세수 펑크 누가 냈어요"라고 지적하자 송 원내대표는 "지출을 줄이셔야죠"라고 대응했다.

그는 "금년 본예산 기준으로 법률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 지출 비중이 54.2%에 달한다. 10년 전(46.3%)과 비교해서 약 10%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AI, 로봇, 양자컴퓨터 같은 최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 변화와 재정 수요에 맞춰 예산을 재구조화할 때가 됐다. 백지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모든 정부 재정 사업의 예산 소요를 원점에서 재평가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 '여야정 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다.

여당 주도로 입법 완료된 노란봉투법, 상법 2차 개정안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기업 단두대법"이라고 비난했다. 송 원내대표는 '친기업' 기조를 이어가며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상속세와 법인세는 더욱 낮춰서 중산층과 기업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방송 3법은 "폐지"와 원점 논의를 촉구했다.

이재명 정부 인선 역시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것인가"라며 낙제점을 주었다. 송 원내대표는 "최악의 인사 참사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까지 도합 전과 22범의 범죄자 주권 정부가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남라인 3인방이 밀실에서 인사를 전횡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극소수 최측근 중심의 밀실인사를 당장 중단하고, 공적 인사 검증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은 "얻은 것 없는 빈손 쭉정이 회담"이라고 폄하했고, 대북 정책은 "당당하고 실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권 치적을 위한 평화 쇼의 허상에서 깨어나라"고 날을 세웠다. 송 원내대표는 "한미 연합훈련 강화를 제안한다"며 "북핵에 맞설 실효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적극 추진할 것도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날 송 원내대표의 연설은 민주당의 항의와 국민의힘의 박수 소리가 뒤엉킨 상황의 연속이었다. 연설 중간 송 원내대표 연설 내용에 대한 제지를 요청하는 민주당 의원의 목소리, 민주당의 항의에 대한 제지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의 목소리가 날아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우 의장은 연설이 끝나고 산회를 선포하기 직전 "오늘 연설 도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항의가 있었다"며 "고함으로 얼룩진 오늘 본회의장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봤을지 반성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여야에 당부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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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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