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400건? 늘어나는 라이더 위험, 배달 알고리즘이 문제다"

라이더 산업안전 토론회…최저운임 제도 마련·배달 안전보건 포럼 창설 제안도

라이더의 일하는 시간을 지배하는 배달 알고리즘은 장시간 노동과 위험 운전에 보상을 제공한다. 2주 400건의 배달량을 채운 라이더에게 높은 등급을 매기고, 3시간 동안 14건 배달한 라이더에게 추가 수수료를 주고, 악천후 배달에 수당을 지급하고, 배달 콜을 잡기 위해 운전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하는 식이다.

과속과 과로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일하며 라이더들은 점점 위험해졌다. 최근 5년 산재 발생 1, 2위 기업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였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파악하기로 올해 들어 16명의 라이더가 운행 중 사고로 숨졌다.

보다 못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배달 라이더 등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노동자들의 산재가 늘어나는 만큼 특단의 산재예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혁신정책연구원과 공공운수노조가 5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배달 노동자의 산재 감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 발제자들은 배달 알고리즘 근로감독, 적정 배달 수수료 보장과 함께 지속적인 라이더 안전 대책 논의를 위한 배달 안전·보건 포럼의 창설 등을 제안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먼저 "배달업 산재에는 여러 위험 요인이 있고, 운전이나 안전 장비 요인도 중요하다"며 "문제는 라이더 산업안전 문제를 다룰 때 알고리즘 요인이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실제 라이더유니온과 노동안전단체들이 라이더 8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위험성 평가에서 미끄러운 도로, 다른 운전자의 위험운전 등 도로환경과 함께 △운전 중 앱 터치·조작 △운전 중 배달앱 화면 확인 △폭우, 폭설 등 위험 상황에 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등 ‘앱과 알고리즘’ 요인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평가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오 실장은 "플랫폼 기업이 도로 사정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라이더의 도로 위 행동패턴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으로 인한 위험은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가 주행 중 앱 상호작용 최소화 등을 위한 알고리즘 검증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알고리즘 근로감독에 나서고,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체교섭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사가 극단적인 프로모션을 수행하지 않게 하고 과로를 막기 위해서는 적정한 기본 수수료 보장이 필요하다"며 "미국 뉴욕시는 배달플랫폼사의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해 라이더 최저임금 제도를 만들었다. 한국도 같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은 또 △산재 보상은 이뤄지지만 교통사고로 처리돼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라이더 산재의 중대재해 인정 △라이더 등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법 전면 적용 △산재 예방을 위한 데이터 축적·분석·연구 등을 정부가 해야 할 일로 제안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배달 안전보건 포럼을 만들고 이를 통해 라이더 산업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안전·보건 토론회에 많이 참여했지만 대부분 일회성이고, 지나면 그만이라 비슷한 이야기가 몇년 째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일은 그만하고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배달 안전보건 포럼을 만들어 라이더 배달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우버이츠 재팬 등 일본 주요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사가 모여 비슷한 성격의 논의기구를 만들고 교통안전, 라이더 취업환경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준수하는 일을 사례로 든 뒤 "한국도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업종별 자기규율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20여 명의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이 일손을 놓고 참석해 산업안전 문제에 대한 라이더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토론회 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차린 배달노동자 추모 분향소 운영을 마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분향소 앞에서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분향소를 정리한 것은 그간 정부에 요구해 온 라이더 안전대책 마련 요구가 김 장관의 약속을 통해 일부 달성됐고, 라이더 유상운송보험 가입 및 안전교육 법제화를 위한 국회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 혁신정책연구원과 공공운수노조가 5일 국회에서 연 '라이더 생명안정 운임안정'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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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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