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기에 단행된 화학물질 관련 법령 개정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액상 담배의 합성 니코틴 등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청소년 등이 무분별한 '액상 니코틴' 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화학물질 관리 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202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및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개정 화평법 제10조에서는 등록 기준 수량을 '연간 100킬로그램 이하'에서 '연간 1톤 이하'로 완화하는 등 유해성 등록 면제 기준을 10배 확대했고, 개정 화관법 제16조에서는 소비자가 소비생활 목적으로 화학 물질을 보관·저장·운반·사용하는 경우 역시 등록을 면제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화관법 제29조에는 취급 시설이 없는 단순 판매자에 대한 영업허가 면제를 신설했다. 이를테면 고농도 니코틴을 판매할 경우 사실상 허가가 불필요해 진 것이다.
맹희석 민주당 경기도당 환경자치시민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불법 수입 및 유해성 미검증 화학물질의 관리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최근 몇 년간 합성 니코틴과 유사 니코틴이 대량으로 수입·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해성 검증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화관법·화평법 개정으로 관리 사각지대가 넓어졌으며,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이 직접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형철 전 차의과학대 연구교수는 "유해성 검증 없는 유사 니코틴과 위조 합성 니코틴의 문제"를 언급하며 "정제 기술을 통해 연초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둔갑시키는 교묘한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신종 물질이 안전성 검증 없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자로 나선 송용규 변호사(법률사무소 광수)는 "입법·행정 절차에서 드러난 니코틴 개념과 인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개념 정의의 모호성이 법적 혼란과 규제 공백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경훈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대표는 "법령 개정이 초래할 화학사고 예측 시나리오"를 통해 현장에서 수집한 구체적 사례를 근거로 국민 생활 속 피해 가능성을 제시했다.
류재천 대한독성유전단백체학회 이사장과 이규홍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공동 발표를 통해 "액상 전자담배 첨가물 유해성 심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흡입용 화학물질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학적 검증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관련해 △유해성 검증의 원상복구 및 강화, △허위 서류를 통한 수입 근절, △불법 유통에 대한 합동 단속 등을 핵심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회는 또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니코틴 문제의 본질은 담배사업법이 아니라 화관법·화평법 개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담배사업법만 고쳐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신종 편법의 문을 열어놓아 정부가 담뱃세를 한 푼도 거둘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하며 "화관법·화평법 정비 없이 막무가내로 입법을 추진할 경우, 국민 안전과 조세 질서 모두에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담배사업법 개정보다는 불법 담배에 대한 단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우리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신규화학물질의 등장은 관리 체계의 사각지대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리체계의 미비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암암리에 들어오는 신규화학물질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또한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신규화학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책임있는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우리 입법기관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학물질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법 개정을 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이 열려 문제를 바로잡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음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환경자치시민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사)시민공론광장과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공동 주관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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