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한강버스, 업자 배만 불리는 '고비용 저효율 사업'

[정희준의 어퍼컷] 실패한 수상택시, 한강버스는 성공할까?

정치권을 태풍 속으로 밀어넣은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때문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응에 마음 어수선할 와중, 시장으로서의 행정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한강버스. 지난해 11월 선박 진수식 당시 인사말 중 울먹일 정도로 공을 들인 사업이다.

마곡,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유람선으로 잇는 이 사업은 '골병라인'이라 불리는 김포골드라인과 '공중부양'으로 유명한 지하철9호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오 시장의 야심찬 프로젝트인 한강버스는 그러나 작년 10월 개통 예정에서 올해 3월로, 다시 6월로, 또다시 9월로 세 차례나 연기됐다. 논란 속 다음 달 18일 개통이 확정됐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절반은 대중교통, 절반은 경치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라면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강버스의 사업성, 접근성 문제는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프레임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과연 그럴까? 국민의힘 지지자들조차 수상 교통수단으로서의 한강버스 사업성에 회의적이다.

이 담대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능함인가, 무모함인가

전문가든 출퇴근 시민이든 부정적이다. 지난 7월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시 외부용역은 향후 20년간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한강버스가 기존 버스, 지하철, 자가용보다 우위에 있는 장점이 없기 때문에 "통근보다는 관광용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JTBC는 한강버스가 지하철 대비 20분 이상 느리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한강둔치의 폭이 넓어 "애초에 출퇴근 수단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시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영실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한강버스 총사업비는 초기 542억 원이었는데 어느 순간 1288억 원으로 증액됐고 최종적으로는 (민간투자 포함) 약 15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 대비 3배 가깝다. 그런데 한강버스 사업은 시내버스처럼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적자가 나면 시 재정으로 이를 보전해 줘야 한다. 결국 무능한 또는 무모한 행정의 실패를 시민의 세금으로 채워야 하는 부조리의 대표 사례이다.

그래서인가. 서울시는 개통이 임박해지자 연이어 대책을 내놓는다. 선착장마다 따릉이를 배치하고 기존 버스노선을 선착장에 가깝게 조정 배치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표지판 설치와 보도블럭 위 안내선을 그려 넣는 정성까지 보태더니 아예 선착장과 가까운 역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 운행까지 준비 중이다. '담당 공무원들 요즘 잠이 안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환승 위해 환승해야 하는 출퇴근 교통정책?

오세훈 서울시정이 간과한 게 있다. 첫째,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특히 젊은 직장인들에게 최우선 순위는 바로 '시간'이다. 부산에 살다가 처음 경험한 지하철 9호선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게 과연 사람이 타는 지하철인가!" 훨씬 쾌적한 일반열차를 외면하고 아비규환에 가까운 급행열차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퇴근 자체가 고난이고 그 고난의 시간을 줄이는 게 답이다. 그러나 한강버스는 지하철보다 확실히 느리다.

수상교통은 그 운행시간이 육로로 가는 우회도로 주행시간의 절반(이하)일 때 그 기능이 살아난다. 또는 마땅한 다른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야 한다. 뉴욕 맨하탄과 뉴저지를 잇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나 퀸즈, 롱아일랜드를 잇는 무수한 해상노선이 모두 그러한 경우다. 육로와 교량을 이용할 때보다 빠르다.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관광객들도 이용한다. 베네치아의 곤돌라도 원래 교통수단으로 태어나 활성화된 후 관광자원이 된 경우이다.

두 번째는 접근성이다. 뉴욕이나 오 시장이 벤치마킹 했다는 런던 템즈강 유람선 모두 업무지구에 딱 붙어있거나 선착장이 도심 한복판이다. 도쿄, 오사카도 그러하고 미주, 유럽에서 운행하는 유람선보다 작은 규모의 수륙양용 (흔히 Ducky Boat라 부르는) 보트도 도심에서 탄다. 관광도 이럴진대 '환승을 위해 또 환승'을 해야 하는 출퇴근 교통정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꽝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셋째,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교통이냐, 관광이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나서면 그게 망하는 지름길이다. 2015년 부산에서 가장 많은 좌석버스를 운행하고 공항리무진도 운영했던 대형 운송회사가 부산시티투어버스의 태종대 방면 그린라인 면허를 받아 운행하기 시작했다. 멋진 2층 버스도 구입했다. 결과는? 4년 5개월 동안 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더니 2020년 면허를 반납했다. 사업 포기를 위해 시청 회의에 참석한 회사 대표의 말이 귀에 꽂혔다.

"운송사업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이게 운송사업이 아니고 관광사업이더군요."

뉴욕 맨하탄 지역 페리의 시작은 교통이다. 런던 템즈강의 경우 리버크루즈는 관광용이고 우버보트는 출퇴근용이다. 그런데 우버보트도 도심 한복판에 있어 빠른 이동을 원하는 관광객들이 즐겨 이용한다. 반면 도쿄와 오사카의 유람선은 전적으로 관광용이다. 도쿄는 바다에 접해있어 선박이 크고 오사카는 샛강 수준이라 50~60명 정원의 작은 배다. 컨셉을 명확하게 한 것만 살아남는다. 활성화되면 교통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에도 도움이 된다.

이쯤 되면 고집도 아닌 아집 수준

한강버스 사업은 시작부터 이상한 사업이었다. 2023년 서울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비용추계서에서 2024~2029년까지 80억 원 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적자를 예상했음에도 선박건조 경력이 전혀 없던 업체와 계약을 했다. 계약 당시 정직원 한 명 없던 회사였다. 중간엔 건조 업체를 변경하기까지 했다. 지난 7일 KBS 보도에 따르면 총 12척 중 확보된 선박은 단 2척뿐이라고 한다. 여의도선착장 사업자는 법인도, 컨소시엄도 아닌 개인 자격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재공모 없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 시장이 이렇게 무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세훈 시정의 특징은, 아니 문제는 그가 과거의 정책실패로부터 전혀 배우는 게 없다는 점이다. 합당한 문제 제기는 '정치적 반대 세력의 프레임'일 뿐이다. 2006년 오세훈이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며 발표한 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였고 그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출퇴근용 수상택시였다. 당시 서울시는 하루 2만명 이용객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2011년 하루 평균 113명이었다. 사업의 본래 취지였던 출퇴근 이용객은 18명. 이 사업은 17년만인 작년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런데 더 센 놈이 나타났다. 실패작이었던 출퇴근용 수상택시가 199인승 출퇴근용 버스로 돌아온 것이다. 참고할 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더 키운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오세훈의 '한강 한풀이'라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고집도 아니고 아집이다. 성찰 없는 리더다.

업자들만 배불리는 '고비용 저효율 사업'

이 사업은 앞으로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는 아마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괜히 준공영제로 사업을 설계했겠나. 서울시는 사업자에게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 무능한 행정 때문에 우리 세금이 들어간다. 하나 더. 논란 속에 선정된 선착장 사업자는 F&B(식음료) 사업으로 돈을 벌 것이다. 한강버스는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사업인데 업자들만 배부르게 됐다. 이 사업 도대체 왜 하나.

한강 유람선의 역사는 오래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 첫 유람선 디자인이 공개됐다. 갑판에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연상케 하는 호랑이를 떡하니 올려놨다. 공작새 유람선도 있었다. 유치하다는 여론의 뭇매에 이미 만들어놨던 그 호랑이는 서울대공원 동물원 매표소 옆으로 쫓겨났다. 1989년 드디어 첫 한강유람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그런데 공식 명칭이 '출퇴근용 유람선'이었다. 우리는 '출퇴근 귀신'이라도 씌인 것인가.

세계 주요 도시 하천 중 교통 및 관광 활용도가 가장 낮은 곳이 바로 서울의 한강이다. 첫 유람선 운항 이후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서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도약하는 데 실패했다. 사실 한강은 관광자원화가 어렵다. 뉴욕, 도쿄, 런던, 상해의 하천은 다양한, 때로는 스펙타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한강은 여의도를 제외하면 모조리 아파트뿐이다.

한강 크루즈든 페리든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참에 교통과 관광을 겸한 우리나라 최고의 수상교통 수단을 소개하겠다. 바로 아바이마을 갯배. 속초시내와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갈고리로 배 위의 철선을 당기는 방식으로 50여미터를 운행하는데 아이들도 함께 당긴다. 고등학교 때 학력고사 치르고 속초에 가서 처음 타고 최근 다시 가봤는데 변함없이 붐빈다. 요금은 500원이다.

▲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 첫 유람선 디자인이 공개됐다. 갑판에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연상케 하는 호랑이를 떡하니 올려놨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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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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