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마지막 TV토론회에서도 '전한길 논란'과 '윤석열 어게인'을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들 사이에서는 '전한길 씨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 '반공·색깔론은 꼭 필요하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19일, 3차 TV토론회에서 맞붙은 탄핵 반대파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탄핵 찬성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여전히 탄핵의 적절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조 후보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8대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 정당하다고 보나'라고 묻자 김 후보는 "현재의 판결을 일단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모든 면에서 다 올바르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점이 있는 것도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렇고, 헌재가 국민의힘에서 선출된 대통령만 상당히 가혹하게 판결한다"며 "검토할 점, 헌재 판결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가 "실망스러운 답변"이라며 "비상계엄이 잘못됐으면 당연히 헌재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이 말하면 그럴 수 있는데, 조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으면 같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이재명 3대 특검'의 인권 침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 침해 등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장 후보 또한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판결에 "그 결과는 수용하지만, 재판 절차에 있어서 불공정하고,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여전히 유감"이라고 했다.
이들 탄핵 반대파 후보들은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전한길 씨와 시종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전 씨가 김 후보의 중앙당사 농성장을 재차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안 후보가 "전 씨는 김 후보 농성장을 찾아가 '나는 장동혁 후보만 지지한 건 아니'라고 말을 뒤집었다. 김 후보를 조롱하고, 속된 말로 가지고 논다는 사실에 분노했는데, 보수정당 대선 후보를 지낸 분 앞에서 너무 무례한 행동 아닌가"라고 말하자 김 후보는 "저에게 많은 덕담을 해줬다"며 오히려 전 씨를 감쌌다. 김 후보는 "(전 씨는) 무례하기보다는 본인이 특정 후보 지지를 안 했는데, 한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바로잡으려고 일부러 와서 해명한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소란을 일으켜 당 지도부로부터 '출입 금지' 조치 된 전 씨가 전당대회 당일은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요구 중인 데 관해 김 후보는 "제가 논평할 건 아니"라고만 했고, 장 후보는 "연설회장에서 많은 분이 연설을 방해하고 분위기를 흐린다. 같은 행동에 대해 같은 조치가 균형 있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밸런스 게임' 형식의 질문답변 코너에서는, 장 후보가 '내년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할 수 있게 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 씨 중 누구를 하겠나'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전 씨를 골랐다. 장 후보는 "전 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을 위해 당과 함께 열심히 싸워온 분"이라며 "열심히 싸운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윤어게인을 외치는 전 씨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건 아주 세상 놀랄 일"이라고 탄식했다.
이 순서에서 김 후보는 '대선 패배 책임에 윤 전 대통령 계엄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파문 중 어떤 게 더 큰가'라는 질문을 받자 '계엄'을 선택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인가'라는 공통 질문에는 네 후보 모두 'O' 팻말을 들었다. 조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우리 당은 사라진다. 망한다"고 이유를 설명했고, 김 후보는 "패배했다면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혼자만 철 지난 색깔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질문으로 받았는데,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문화적인 방식으로 반공·색깔론은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장 후보는 '전 씨를 감싸며 강성 지지층을 두둔하는데, 중도층 마음을 되돌릴 방안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고, "중도 한 번 볼 때 당원 두 번 바라보는 게 국민의힘 대표로 나선 사람의 자세"라며 했다. 장 후보는 조 후보에게 "당 대표가 안 되면 내란 동조 세력에 있는 국민의힘에 남을 건가"라고 따져 묻거나, '탄핵소추안 반대' 당론을 거부한 안 후보에게 공세를 펼치며 '윤 어게인'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1951년생으로 당권 주자 중 가장 고령인 김 후보에게 "넷플릭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내용을 알고 있나"라고 이색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에 "저는 잘 모르겠다. 좀 소개해 달라"고 답했다. 안 후보가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유명한지 (OST가)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올라갔다. 정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는데, 제1야당 대표라면 이 정도 시대적 트렌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자 김 후보는 "안 후보가 많이 소개해 주고, 저하고 같이 좀 보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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