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 125조 원치 산다는 우크라 약속에 트럼프 움직였나…"우크라 안보보장, 미국 공조 속 유럽에 의해 제공"

美, 영토 양보 요구 없이 우크라 안전보장 참여 언급…트럼프 "러·우크라 정상회담 조율 중"

1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및 유럽 정상들과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르면 이달 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에 대한 요구가 없었고 구체적이진 않지만 미국의 안보보장 참여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에 유럽 정상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 이어 우크라,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과 다자 회담을 가진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회동이 "매우 좋았다"고 평가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조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동 말미에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 조율을 시작했다"며 "이 회담이 열린 뒤 두 대통령에 나를 더한 3자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우크라 정상회담 성립 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양 당사국 정상 간 첫 회동이 된다.

성사된다면 회담은 이달 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8일 회담 뒤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고 "향후 2주 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회동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정상회담에 참석할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설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조건 없는" 회동을 제안했다. 미 CNN 방송 등을 보면 그는 18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어떤 형식"의 회담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에 휴전 등 관련 조건을 설정하기 시작하면 러시아 쪽에서도 조건을 걸어 회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조건 없이 만나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쪽은 통화 사실을 확인했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러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 대통령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40분가량 지속된 전화 통화로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 결과를 푸틴 대통령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는 통화에서 미-러 정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를 이어가는 데 합의했고 "직접 대화에 참여하는 러시아와 우크라 대표단의 수준을 높일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우크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즉시 휴전부터 영토 문제까지 양국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휴전 돌파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일시 휴전 없는 포괄적 평화협상을 주장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즉시 휴전을 요구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종전 대가로 자국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넘길 것을 요구한 것으로 것으로 알려진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포기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우크라 안전보장에 미국 공조"…배경엔 우크라의 미국 무기 구매?

18일 회동 뒤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의사를 밝힌 것도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논의했다"며 "보장은 미국의 공조 속 여러 유럽 국가들에 의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회담 뒤 취재진에 "미국이 우크라 안전보장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관련해 구체적 사항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데 대해 그는 안전보장 내용이 "다음 주에서 10일 내에 문서로 공식화될 것"이고 동료 국가들이 더 많은 세부 사항을 차차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향후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 제한은 논의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이 "어떤 공격 시도에도 저항할 수 있는 강한 우크라이나 군대"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헌장) 5조 유형의 안전보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원칙으로 나토 동맹의 핵심 조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 안전보장에 협조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배경엔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구매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회담 뒤 취재진에 지금까지의 합의에 우크라이나가 유럽 동맹국을 통해 항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포함해 900억 달러(약 125조 원) 규모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매할 무기 목록을 제시했지만 요구한 모든 무기가 허용될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수출이 시작되면 이를 구매할 예정이라며 이는 "생산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 합의 뒤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기 위해 유럽 자금으로 1000억 달러(139조 원) 규모 미국산 무기를 사들일 약속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문서엔 우크라이나가 정확히 어떤 무기를 구매할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도시 및 주요 기반시설 보호를 위해 미국산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 최소 10대 및 다른 미사일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제안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발발 뒤 무인기 기술을 발전시켜 온 우크라이나 기업들과 500억 달러(70조 원) 무인기 생산 계약 또한 체결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쪽이 18일 백악관 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새 제안을 유럽 동맹국들에 공유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설명했다. 신문은 해당 문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는 어떠한 협상도 받아들일 수 없고 완전한 평화협정을 위한 첫 단계로 휴전을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유럽, 영토 양보 강요 막은 것 안도…'미-러 정상회담 전으로 되돌렸다'

회담 결과 새로운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 지원책이 발표되지 않았고 우크라 안전보장 관련 구체적 방안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15일 미-러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 것을 염려해 서둘러 미국행을 택한 유럽 정상들은 이번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뉴욕타임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및 유럽 지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돈바스 지역 등 우크라 영토 양보 논의도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24 방송을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보장에 앞서 영토 양보를 요구했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아니다. 그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우린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 회담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한 유럽 당국자는 회담에서 영토 문제가 논의 대상으로 오르지 않은 데 대해 유럽인들이 기뻐했다고 전하며 이번 회담으로 미국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전 입장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회동에선 미국과 유럽 간 봉합되지 못한 차이도 드러났다. 유럽 정상들은 평화협상에 앞서 즉시 휴전을 촉구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휴전 없이 평화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러시아 쪽 주장에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고 18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자신이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어떤 분쟁에서도 "휴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회동 뒤 푸틴 대통령의 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소셜미디어에 "일시 휴전이 아닌 지속적 평화에 초점을 맞춘 오늘은 외교적으로 중요한 날"이라고 적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 유럽 정상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자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정상이 참여한 유럽 정상들과 미국 정상의 다자 회담이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NATO·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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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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