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철거 안했다는 김여정에 합참 "상대 발표에 현혹되지 않아야…북한 거짓 주장하기도"

통일부 "'강대강' 남북관계를 '선대선'으로 바꾸려면 의연하고 긴 호흡 접근 필요"

군 당국이 남한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응해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고 했지만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확성기 철거 사실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군 당국은 상대가 발표하는 것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4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확성기 철거를 부인한 데 대해 "군은 관측한 사항에 대해서 사실을 설명드렸고 상대가 발표하는 그 의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전 군 발표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합참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오늘 오전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 전 지역에 대한 철거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관련 활동을 지속 확인할 것"이라고 밝히며 지난 4일 남한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일정 부분 호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4일 김여정 부부장은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본인 명의 담화에서 "얼마 전 한국합동참모본부도 국경선부근에서 우리가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식별되였다고 발표한바가 있다"며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억측이고 여론조작놀음이다.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말해 이를 부인했다.

북한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그 의도를 제가 여기서 설명드리기엔 곤란하고, 북한은 항상 사실이 아닌 내용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북한이 무엇을 발표했든지 간에 그것은 의도가 있고 거기에 쉽게 동화되거나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이 40여 개 정도 되는 확성기 중에 일부만 철거했는데 군 당국과 정부가 너무 서둘러 북한의 상황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실장은 "저희가 전 지역의 철거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계속 지켜보고 있는 단계였다고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지난 7월 28일 담화에 이어 이날 담화에서도 남한과 관계 개선에 선을 그은 데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3년간 '강대강'의 남북관계를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연하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 모두의 성의있는 자세와 지속적인 행동조치들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남북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상화, '안정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이날 담화에서 남한의 태도에 대해 주로 비판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조건에 따라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데 대해 이 당국자는 "현재 북한이 (남한과) 적대적 두 국가를 표방하고 있고, 자기들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상대는 미국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좀 더 우선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나는 이미 조미(북미) 수뇌들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을 것 이라는 것과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사이의 만남도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데 대하여 분명히 밝힌바 있다"며 미국의 근본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부부장이 이날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이 당국자는 8.15 광복절과 다음주 초부터 진행될 한미 연합 군사 연습 및 25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 등 여러 사안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옆에 대남방송 확성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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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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