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하청노동자 죽음 막기 위해…민관합동 '김충현 협의체' 출범

산재 예방,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발전소 폐쇄 뒤 고용안정 대책 등 논의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사망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합동 협의체가 출범했다. 두 달 넘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두 달 투쟁에 정부가 호응한 결과로 만들어진 이 기구의 이름은 '고(故)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이 협의체의 출범식이 열렸다. 협의체 위원장은 김선수 전 대법관이 맡았고,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과장·실무자, 태안화력발전 산재 사고 희생자 고 김충현 씨 유족,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등 15명의 위원과 12명의 자문위원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김충현 씨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 및 감독을 통한 안전제도 개선 후속조치 △2019년 정부가 발표한 발전산업 안전 강화 방안 이행 점검 및 대안 마련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전성 강화 종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인사말에서 김 위원장은 2016년 구의역 사망재해 진상조사단, 2019년 태안화력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활동을 언급한 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되는 협의체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부 측에서 참여해주신 기재부와 산자부 등 경제부처 담당자 분들께 부탁 말씀을 드린다"며 "'노동 문제'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나 '생산요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노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즉 '사람'과 분리할 수 없다. '노동문제'는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며 "한 사람의 생명권은 사회 전체와도 맞먹을 정도로 그 무게가 막중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은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헌법상 기본적 인권의 향유 주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하고 일터에서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고 죽어 나간다면, 잘 살고 어쩌고 논할 여지가 어디 있겠으며, 코스피 지수가 5000이면 뭐하고 1만이면 뭐하겠나"라며 "안전한 일터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 또는 국정 운영을 위한 기초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공기업은 '좋은 사용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특히 노동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더불어 화력발전소 폐쇄와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재편 등 에너지정책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 협의체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협의체 위원님과 자문위원님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발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이번 협의체를 만들어지기까지 "현장 노동자들의 피 맺힌 절규"와 "유가족 형님과 어머니, 그 가족들까지 장례식에서부터 정말 피맺힌 눈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10년, 20년 세월 동안 원청이 시키는 일이라면 더럽고 힘든 일, 위험한 일 가리지 않고 묵묵히 해왔다. 발전소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도 맡으며 가족을 먹이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겠다는 마음을 품고 일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이제는 김충현 동료, 우리 형, 그 다음은 또 누가 될까? 내가 될까'라는 생각에 더는 참지 않겠다고 결의했다"며 "시신 위에 쌓인 발전소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이 협의체가 형식적인 협의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고 김용균 씨 사망 당시의 아픈 심정과 아들의 죽음 이후 발전소 하청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구조적 문제를 깨닫게 된 일을 회상한 뒤 "저희 산재 유족들은 다 저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제발 발전소와 공공기관에서 이런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협의체를 잘 구성해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작업소 기계공작실에서 홀로 발전설비 부품을 가공하던 김충현 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이후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정부에 발전소 산재 대책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뒤로도 발전소 현장에서 최소 11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조명받기도 했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열린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 출범 및 시작회의에서 김선수 협의체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고 김충현 노동자의 유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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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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