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D-2, 美 압박에 범여권 '부글'…"물러설 곳 없다"

"원하는 것 다 내주면 안 돼"…농산물 개방 압박엔 "식량주권 짓밟는 행위"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영역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농축산영역에 대한 미국 측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으로부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강한 반발이 나왔다.

임미애·신정훈·문금주·윤준병 등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측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대한민국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한 뒤로 한국은 세계 무역 질서에 협력해왔다. 그 결과 산업 전반의 성장은 있었지만 농업·농촌의 붕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 농축산물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요구는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짓밟는 행위이고 농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미국 측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농민단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해 "미국의 개방압력에 국내 농축수산업계의 불안은 극에 달했고, 현장 농민들은 폭염 속에서 목숨을 건 농성에 돌입했다"며 "농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소고기·쌀·사과 등 미국이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품목들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도 나왔다. 이들은 "이미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라며 "30개월령 이상 소고기의 수입 요구는 자칫 미국산 소고기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로 번질 수 있으며 이는 소탐대실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쌀 수입 확대에 대해서도 "쌀 소비가 급감함에도 한국은 미국 등의 요구로 연간 수요량의 10% 이상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며 "이 이상을 강요하는건 상호호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쌀은 단순 교역품이 아니라 주권이고 생존의 문제"라며 "동맹국에게 국민의 밥그릇까지 내놓으라는 압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도 했다.

검역 완화 요구가 핵심 쟁점인 사과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검역 완화 요구 이전에 미국내 병충해 관리에 대한 관리방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옳다"며 "미국산 사과 수입요구는 국내 병해충관리와 생태계 보전이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넘어선 개방요구는 검역주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이다"라고 반발했다.

의원들은 미국 정부를 겨냥 "한국 땅덩어리의 98배에 달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이미 한국에 넘쳐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WTO 및 기존 한미 FTA 협정에서 합의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일방적 농축산물 개방 요구는 협정 정신에 위배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엔 민주당 이재강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강경숙·김준형·백선희·차규근 의원, 진보당 손솔·윤종오·전종덕·정혜경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이 '한미통상협상 관련 여야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박과 동맹 현대화를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도를 넘고 있다.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동맹관계의 신뢰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자국 우선주의를 매우 무례하고,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한미 관계의 근간을 흔들어 위기로 몰아가는 책임은 분명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심각한 것은 (미국이) 중대한 안보 사안조차 관세 및 대미 투자 압박과 연동해 '거래'의 카드로 삼는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안보분야 관련 압박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작년에 이미 한미 양국이 합의를 끝낸 방위비 분담금도 무려 9배가 증액된 100억 불, 13조7000억을 내라고 한다"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를 내세우며 주한미군의 기본 역할인 대북 억지와 한반도 안정을 넘어 동아시아 전략군 역할로 변경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동맹 현대화'를 통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요구를 두고 "대만을 포함해 지역 유사시 한국 군대까지 동원하려는 의도인 것"이라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국을 동원하면서도 비용은 전적으로 한국이 대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대미 협상 상황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매국 행위"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권 침해에 가까운 부당한 협박에는 침묵하면서, 우리 정부를 향해서 난사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등 매국 행위에 여념이 없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의원 및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요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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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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