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째 반대하는 데 또 댐 강행, 청양군민 삶은 어디로

[파괴의 댐, 기후대응댐 ②] 김명숙 청양 지천댐반대대책위 공동대표 인터뷰 "기후·환경·공동체 파괴하는 댐, 비민주적 강행"

충남 청양군민들은 올해로 34년째 "댐 건설을 반대한다"고 싸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다. 청양엔 칠갑산에서 발원해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이 흐른다. 수자원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은 이곳에 댐을 짓기 위해 줄곧 시도해 왔다. 1991년, 1999년, 2012년 총 세 차례 시도가 있었고, 그때마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해 계획은 철회됐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네 번째 투쟁이 시작됐다.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신설을 추진하면서다.

환경부는 댐 신설 후보지 14곳에 청양 지천을 포함했다. 곧장 지천댐반대대책위가 발족했다. 주민자치회, 이장협의회, 청양전통시장상인회, 각종 농민·환경·경제 단체 등 80여 개 지역 단체가 모였다. 이후 지금까지 삭발식, 기자회견, 궐기대회, 상여 시위, 토론회, 국회 국정감사 참석, 군수와 국회의원 면담, 서명운동, 공청회 저지 등을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천막 농성과 1인 시위는 11개월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청양은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이렇게까지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댐 건설을 강행하는 건 한참 잘못됐다"며 "지자체장들이 댐 건설을 신청한 거지 주민들과 합의한 게 아닐뿐더러, 주민들에게 댐의 장점만 설명하고 단점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 게 환경부"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22일 청양에서 김명숙 대표를 만나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7월22일 지천댐이 건설되면 댐 상부가 될 청양군 까치내 유원지에서 지천댐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명숙씨. ⓒ프레시안(손가영)
▲지천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청양군 지천리 마을 전경. ⓒ주민제공

댐이 이상 기후 해결책 될 수 있나

환경부는 극한 호우와 가뭄, 물 부족 등을 이유로 '기후대응댐'의 필요성을 얘기해 왔다. 김 대표는 "지천이 범람해서 수해를 입은 적이 없는데, 지천에 댐을 만들어서 어떻게 홍수를 예방하겠단 거냐"고 말했다. 2022년, 2023년 청양군에 수해가 난 적이 있으나,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수해는 지천 범람이 아니라 금강 본류의 수위 상승 때문이었다. 2023년은 지천 제방까지 붕괴하며 수해가 더 커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23년엔 대청댐과 용담댐의 방류로 인해 금강 본류 수위가 높아졌다"며 "당시 바다가 만조였고, 배수펌프 시설도 부실해 강물이 불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 지역은 배수펌프나 용배수로(농업용수 배수시설) 시설을 보완해달라고 그렇게 요구해도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빨리 안 해 준다"며 "2022년 농어촌공사 배수펌프장 관리 부실로 청양 지역에 발생한 수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도 지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종 배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게 더 적확한 예방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양은 물 자급률이 충남에서 가장 높다. 김 대표는 "충남에서 물이 부족한 곳은 서산, 당진 등의 산업단지"라며 "물이 필요한 지역에서 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지, 왜 지천댐을 끌어들이느냐"고 반문했다. 지역에선 '물이 부족하면 다른 지역에 산업단지를 확충해야한다'거나 '각 지역의 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함께 나온다.

김 대표는 "충남은 과거 보령댐을 지으며 20여 개의 지역 취수장을 폐쇄하고 대부분 지역을 보령댐 광역상수도 하나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며 "댐으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니 오히려 각 지역이 가뭄에 대처할 탄력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향후 기후위기에 진정 대응하기 위해선 댐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물 자치권을 확보하는 분권적 방향이 더 정의롭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댐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한다"고 밝혔다. 물이 고인 저수지는 온실가스인 메탄의 주요 생성원 중 하나인 데다, 녹조로 인해 주민들의 공중보건 위험도 상당하다. 댐 철거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2050년까지 3만2000여 개 댐 철거를 예정했고, 유럽연합은 현재까지 9000여 개의 댐과 보를 철거했다.

▲2024년 11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 현장. ⓒ대책위
▲2024년 9월 찬성 시민들이 주관한 환경부 주민설명회가 열린 건물 앞 풍경. ⓒ대책위

대책위 활동하니 '여론조사' 카드 꺼낸 충남도

김 대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반대해도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권력 남용"이었다. 반대 의견이 상당하면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형식적인 절차를 먼저 밟아 추진 조건만 달성해 놓는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에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개최를 모두 반대했으나, 환경부와 충남도는 강행했다.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리는 만무했다. 지난해 9월 주민설명회와 11월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엔 수백 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 김 대표는 공청회에서 "경찰에게 폭력도 당했다"고 말했다. 공청회가 끝나기 직전 무대 앞으로 나가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무대를 감싸고 있던 경찰 무리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뒤로 낚아채 쓰러져 수 분간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댐 건설 의지가 강한 충남도청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충남도청은 "지난 5~6월 리얼미터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지천댐 후보지 반경 5km 내 거주하는 청양·부여군 4506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1524세대 중 76.6%(1167세대)가 찬성 의견을 냈다"며 정책 추진에 유효하게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지역민에게 크나큰 악영향을 끼칠 국가정책사업인데, 소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로 다수를 대변할 수 있느냐"며 "이마저 반쪽짜리 여론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협의체에 참여하는 찬성위원과 찬성위원에게 추천받은 이들이 여론조사원으로 참여했고, 찬성률이 높은 수몰 지역 중심으로 조사했지, 피해를 보는 다른 마을까지 조사 반경을 넓히지 않았다"며 "'아는 사람(조사원)이 와서 댐이 생겨야 좋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설문에 동의했다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21일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와 청양 군민 등 500여명이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제5차 지천댐 계획 백지화 및 환경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일부 군민들은 ‘환경부를 해체하라’며 환경부 장례식 상여 행진을 진행했다. ⓒ대책위
▲2024년 8월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과 발족한 직후 공동대표 3인이 댐 건설에 반대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가운데가 김명숙 대표다. ⓒ대책위

주민 삶터 파괴하는 댐, 숙의 과정 바뀌어야

지천은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어류)를 비롯해 금강자가사리,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댐이 건설되면 서식지가 파괴돼 모두 사라질 생물들이다. 김 대표는 '충남도지사가 찬성 시민들만 도지사실로 부른 자리에서 미호종개는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더라'는 말을 듣자마자 수중 카메라를 들고 지천에 들어가 미호종개 사진을 다 찍어 자료로 남겨 놨다.

"댐은 인간과 자연의 환경을 다 바꿔요. 농민은 안개 피해가 제일 두렵고요. 해가 쨍쨍해야 열매가 잘 맺는데, 댐 주변엔 안개가 잘 껴요. 그럼 봄에도 냉해를 많이 입는데 청양 특산물인 밤, 사과 같은 과실나무의 타격이 커요. 벼도 가을에 물기가 없어야 수확을 할 수 있어요. 또 이슬이 있으면 벼 등급이 잘 안 나와요. 여긴 표고버섯이 유명한데, 습도에 약해서 안개 생기면 끝이에요. 절대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에요."

이미 보상 투기 바람도 불었다. 김 대표는 "수몰 지역에 대추나무, 구기자나무, 무궁화나무 등 보상을 많이 받는 나무가 갑자기 늘었다"며 "10미터(m) 간격으로 심겨야 할 나무가 1m 간격으로 서 있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목격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상 등의 문제로 수몰 지역 주민들이 찬성하는 경향은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라며 "이웃 간 관계 때문에 반대 의견을 제대로 말 못 하거나 소외되는 주민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간 생업을 뒤로 하고 지천을 지키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민 600여 명이 모인 댐 반대 집회에선 삭발도 감행했다. 최근엔 6000여 명의 주민 반대 서명을 모았고, 이를 국회, 환경부, 대통령실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34년간 댐 건설을 막아 온 주민들과 함께 지천댐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계속 싸울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댐 완공엔 10년이 걸린다. 그땐 충남도지사와 청양군수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지역공동체 해체와 생태환경자원 파괴, 지역소멸을 막으려는 반대 주민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지역의 소중한 자원을 강탈해 가지 말라"고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 반대를 바라는 청양 주민들의 모습.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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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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