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2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각종 행사를 열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전승절을 경축하는 평양시청년학생들의 야회(무도회)가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6.25전쟁에서 미국에 맞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1973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고, 1996년부터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격상해 기념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계기에 연설하고 대미·대남 비난 메시지를 내놓거나 핵무력 강화 의지를 천명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북한 매체에 관련 언급이 보도되진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22년 전승절 기념행사 연설에서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갓 출범한 남한 새 정부를 거칠게 비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님에도 2년 연속 김 위원장이 직접 관련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로는 전승절 계기 연설을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 매체는 여전히 이날을 대미 적개심 고취의 계기로 삼았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위대한 전승 7.27은 주체조선의 불패성과 강대성의 상징으로 영원히 빛을 뿌릴 것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를 타승한 우리 인민의 위대한 명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원자탄을 휘두르는 제국주의 강적도 능히 타승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지난 조국해방전쟁이 새겨준 진리"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중 친선' 언급도 없어…북중관계 이상기류 지속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우의탑을 방문해 헌화한 뒤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사에 아로새겨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전투적 위훈과 공적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우의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해 1959년 건립됐으며 북중 '친선의 상징'으로 꼽힌다.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대표단은 빠짐없이 방문하는 곳으로 김 위원장 역시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꾸준히 우의탑에 조의를 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우의탑 헌화 보도를 4문장으로 간략히 보도했다.
북러 밀착 등 영향으로 북중 이상기류가 확연하던 작년에도 9문장으로 보도했는데, 최근 북중관계 회복 흐름에도 오히려 소극적으로 보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6.25 전쟁은 북중 혈맹관계를 부각하기 좋은데도 관련 보도에 으레 따라붙던 '북중 친선관계' 발전에 대한 언급도 없어 양국관계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소한의 우호 관계만 시사한 것은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체제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라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군사적 자율성을 과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6.25전쟁 승리를 주장하며 만든 시설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도 방문해 반미 의식을 고취했다.
김 위원장은 기념관에 있는 김일성 주석 입상에 헌화한 뒤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는 우리 수령님의 탁월한 군사사상과 주체전법, 령활한 전략전술의 승리"라고 칭송했다.
이어 "우리 국가와 인민은 앞으로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 나선다 해도 용기백배하여 과감히 뚫고 넘으며 반드시 부국강병의 대업을 성취할 것"이라며 "반제반미대결전에서도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군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며 참전군인들의 공적을 추켜세우면서도 직접적인 대미·대남 비난 메시지는 자제하는 등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승절을 미국이나 한국을 겨냥한 적대적 메시지를 내는 계기로 삼기보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으로 전승 업적을 이어가겠다는 현재 성과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전승절 기념행사에 특별초청된 제4군단 28보병사단 16포병련대 3대대 2중대 지휘관, 병사와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들이 '훈련제일주의방침 관철에서 모범을 보인 포병전투원들'이라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전쟁노병들과 함께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도 찾아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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