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한 달…서울 아파트 거래량 75.5% 감소

매수심리 꺾이고 관망세 지속…"구체적 공급대책 없으면 수요 움직일 것"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 국면에 대응하고자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매수심리 위축 양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 원으로 묶는 등 고강도 대출규제로 급한 불길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격 조정을 관망하는 수요가 잠재된 만큼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이 조만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대책이 이튿날인 28일 바로 시행됨에 따라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거액 대출을 끌어다 아파트를 구매하려던 수요자들은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혔다.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 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해 이른바 '영끌'을 위한 금융수단을 대부분 틀어막았고,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불가능하도록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대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매수 심리는 크게 위축됐고, 이에 강남 3구와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집값 과열지역을 포함한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전까지 치솟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0.43%에서 대책 시행 이후 첫 조사 결과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0.40%로 떨어졌다.

7월 첫째 주(7월7일 기준)에는 상승폭이 0.29%로 눈에 띄게 축소됐고, 7월 둘째 주(7월14일 기준) 다시 0.19%로 떨어진 데 이어 셋째 주(7월21일 기준)에는 0.16%로 4주째 상승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매수 심리 위축은 다른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을 보면 6·27대책 시행 한달을 앞둔 7월 셋째 주(7월21일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점(100)에 근접한 100.1이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공급이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우위임을 뜻한다. 100.1은 수요와 공급 간 우위 격차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104.2까지 올라 수요 우위가 강해졌다가 6·27 대책 시행 직후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꺾이기 시작해 4주 연속 하락했다.

유사한 지표인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도 6월30일 기준으로 서울이 99.3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7월21일 기준으로는 52.2까지 떨어져 동일한 흐름을 나타냈다.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매수심리 위축 분위기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6.27대책 시행 전후 2개월간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7월25일 집계 기준)을 비교해 보니 대책 시행 전인 6월1∼27일 거래량은 1만221건이었으나 시행일인 6월28일부터 이달 24일까지는 2506건으로 75.5% 감소했다.

아파트값 과열 진원지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거래량은 1214건에서 491건으로 65.5% 빠졌고, 강북 선호지역인 마포구(-88.9%)와 성동구(-90.9%) 등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지역 총 거래금액 역시 대책 시행 전 약 13조4100억 원에서 시행 후 2조9000억 원 수준으로 78.3%가량 급감하며 대출규제 시행으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으로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펴 집값 과열 양상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큰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 등이 가격 조정 추이를 관망하다 다시 매수에 뛰어들면 기존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또 들썩이며 시장에 불안 심리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애초에 10억∼20억 원대 아파트를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이상 받을 필요가 없는 이들은 이번 대출규제의 영향권 밖에 있는 계층"이라며 "가격이 내려가는지 관망하다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구체적인 물량과 시기 등을 담은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내놓아야 잠재된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새 정부 시작부터 대출규제로 일단 집값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데 성공했으면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공급 방향을 내놓는 것"이라며 "8월 중 공급대책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만약 시장에서 '시원찮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당장 그달부터 집값이 꿈틀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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