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차관급)이 과거 언론 기고문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증거도 없이 박원순을 성범죄자로 몰았다'는 등 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처장은 지난 2020년 7월 28일 한 인터넷매체에 게재된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는 제하 기고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최 처장은 기고문에서 "(박 전 시장은) 정말이지 깨끗한 사람"이라며 "많은 이들이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박원순을 성범죄자로 몰아갔다. 특히 여성 단체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썼다.
최 처장은 "내 눈에는 직감적으로 이 사안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였다. 박원순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해, 박 전 시장에 대한 피해자 측의 고발이 '정치 기획'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비서 업무를 수행했던 피해자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후임자에게 넘겨준 메모를 공개하면서는 "존경과 흠모의 마음이 없이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는 등 이른바 '피해자다움'에 의거한 2차 가해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2020년 당시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지만, 이후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이 인권위와 법원에 의해 인정되면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논리도 공식적으로 부정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22년 1월 서울시장, 여성가족부장관, 경찰청장에게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피해자 보호방안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 결정했다. (☞ 관련기사 : "피해자다움 강요 안 돼" … 법원, 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희롱' 인정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최 처장이 기고문에서 언급한 논리이기도 한 '피해자다움'을 주요 논리로 해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또한 같은 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위계 관계', △'고통과 별개로 친밀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 박 전 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법원은 이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에 대해서도 "영화를 통한 주된 표현내용은 진실이 아니"고 "피해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상영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최 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날 야권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페이스북에 "(최 처장은) 박 전 시장을 감싸느라 '기획된 사건'이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었다며 2차 가해도 했다"며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사람이야말로 극우 인사"라고 정부 인사를 비판했다.
또한 최 처장에 대해선 그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오광수 민정수석 낙마와 그 의미: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7대 기준이라는 멍청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맹비난한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 처장은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가) 멍청한 기준을 갖다 들이대고 사람을 골랐더니 어떻게 됐냐"며 "순진한 사람, 그런 사람들만 갖다 앉혀 나라가 망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1월 고위공직자 5대 검증 기준인 △위장전입, △병역 기피, △불법 재산증식, △탈세, △연구부정 행위에 2가지 새 기준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이력 검증을 추가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최 처장은 "문재인 정부 장·차관들 명단을 쭉 봐라. 다 문재인 같은 인간들이다. 무능한 인간들이라는 것"이라며 "일꾼이 몸 튼튼하면 되지 과거에 도덕성 가지고 시비 붙는 건 진짜 멍청한 것" 문 정부 인사기준을 비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직도 문재인을 칭송하는 사람들 있다. 문재인을 칭송하는 건 있을 수가 없다"며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맹비난했다.
최 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하다"고 반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 처장의 발언을 '문재인이 고통의 원천' 발언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불법 계엄부터 대선까지 지난 6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무엇인가 말하기도 싫다"며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 최 처장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최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본인 과거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질의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신문에 나온 것을) 직원들이 알려줬다"며 "(그래서) SNS에 제 글로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만 답했다. 최 처장은 신 의원이 본인 인사의 적절성을 묻는 데에도 "제가 말할 내용은 아니"라며 "인사권자가 하는 일"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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