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후보 :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입니다. 이 대통령이 대화를 원할 때, 또는 투쟁을 원할 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청래 후보 : 이 대통령과는 박찬대 의원은 '눈빛만 봐도 안다'고 하는데, 저는 눈빛을 안 봐도 압니다. 20년 정도 같이 지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전 분위기는 이 짧은 대화로 요약된다.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는 17일 1차 TV토론에서 이른바 '명심(明心.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대결'을 펼쳤다. 동지애를 강조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때로는 의미심장한 물밑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박 후보는 대표 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을 "목소리를 높여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사람, 검증된 이들과 팀을 이루어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사람, 당내에서도 당정대 관계에서도 '원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강하지만 좁은 당대표는 '야당형 당대표'이다. 여당 당대표는 강하면서도 넓어야 한다"고 정 후보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공략한 셈이다.
박 후보는 "잘 싸우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거칠고 서툰 개혁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며 "세련되고 깔끔한 개혁, 싸울 땐 싸우고 성과를 낼 때는 성과를 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뺨만 때려서는 이길 수 없고, 어르고 달래는 것도 병행해야 진정한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반면 "초선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그리고 오직 당원만 보고 가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그것이 유지되고 있다"며 "지금은 평시도 아니고 태평성대도 아니다.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고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정 후보는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내란 세력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을 척결하겠다"면서 "법사위원장 때처럼 하겠다. 통쾌하게, 효능감 있게, 국민들께서 '사이다다', '시원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당 대표 때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항의나 국회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상임위를 운영해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던 자신의 법사위원장 경력을 사표로 제시한 셈이다.
정 후보는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고 말하고 있다"며 "통합·안정·협치의 아름다운 미사여구는 대통령의 공으로 돌려드리고 저는 험한 일, 궂은 일을 하겠다"고 하기도 헀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실과 당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일만 하고 당 대표는 싸움만 한다' 이런 이분법으로는 원팀이 불가능하다"고 직접 반박하며 "일도 같이 하고 싸움도 같이 (해야) 한다. 여기에 박찬대가 진짜 적임"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의 당정대가 너무나 성실하고 개혁 의지도 강해서 자칫 조율이 안 되면 잘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또 한편으로는 의견을 조율하다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 민주당 의원들만 해도 한 분 한 분이 개성이 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 대표적으로 우리 정 의원 같은 분이 계시지 않나"라고도 했다. 역시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정 후보는 그러자 이어진 경제정책 부문 토론에서 "민생 경제 부분은 먼저 당이 치고나가지 않고 당정대가 충분하게 조율한 상태로 당이 필요한 것을 철저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이른바 '당원 민주주의' 관련 공약을 놓고도 공방을 벌겼다. 정 후보는 "산악회 회장을 뽑는데도 1인 1표인데 민주당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서는 권리당원 1표, 대의원 17표로 돼있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1인 1표 시대를 여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대의원 투표 비중 축소를 주장했다.
박 후보는 정 후보가 '매 연말 전당원 콘서트'를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 "당원주권정당을 위해 연말 전당원 콘서트 상설화나 국회의원 상담 제도화, 당대표 월 1회 당원교육 강사 참여, SNS 활동지수 공천 반영 드잉 과연 우리 당원들이 정말로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진정한 당원주권정당을 위해서는 일회성 또는 인기를 끌기 위한 이벤트성 공약보다 당의 운영과 선출직 공천·평가, 의사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론조사 판세상 우위로 점쳐지는 정 후보는 상대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비판성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박 후보가 "당 대표는 기호 2번 박찬대가 진짜"라고 강조한 데 대해 "박 후보께서 '진짜 당대표 후보'라고 하는데 저보고 가짜라는 것은 아니죠?"라며 "저는 '더 진짜 당대표'를 하겠다"고 하거나 "여러분은 박찬대 운영위원장의 모습을 더 선호하시나,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모습을 더 선호하시나"라고 강성 지지층에 대한 메시지를 낸 정도였다.
정 후보는 또 "(과거 박 후보가) '나는 반사체인데 정청래 의원은 발광체'라고 과도한 칭찬도 해주셨다"고 하기도 했는데,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성장과 함께 저도 같이 많이 성장했다. 자전거를 잡아주던 '엉아'가 어느 순간 손을 놨는데 혼자 잘 자전거를 몰고 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외교안보 현안 등에 대해선 이들이 스스로 "100% 일치된 의견", "0.1밀리미터 차이도 없다"고 할 정도로 별다른 변별점이 없었다.
여야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협치는 합리적인 사람들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합리하게 어거지 쓰고 발목 잡는 것은 강력하게 표결 처리하고 돌파하겠다"(정청래), "집권여당 대표는 협치를 포기하지 않지만 거래하지 않는다. 협치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과와 반성을 반드시 해야 한다. 타협도 거래도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박찬대)라고 비슷한 톤의 강경론을 폈다.
박 후보는 다만 대야관계 문제와 관련, 정 후보에 대해 "내란으로 인한 정치·사회·경제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서 인내심을 갖고 민생·경제를 위한 테이블에 야당과 함께해야 하고 대통령께서도 이미 야당 대표를 초청해 통합적 행보를 보이셨다"면서 "당에서 이런 통합적 행보에 발을 맞춰야 할 때는 맞춰야 하는데, 정 후보는 대화보다는 싸움에 강한 이미지인데 야당 대표들이 대화를 거부한다면 어떡할 것이냐"고 공세를 제기했다.
정 후보는 "제가 상임위 간사를 초선 때부터 했고 재선 때 계속 간사 역할을 했다"며 "간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싫어도 좋아도 야당 간사와 만나서 타협을 하거나 협상을 하거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인데, 제가 그 역할을 너무나 잘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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