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보좌진 갑질과 성평등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자 여성단체들이 강 후보자의 사퇴 및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는 15일과 16일 각각 성명을 내고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성평등 정책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부족하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강 후보자에 제기된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을 해소와 권리 증진을 통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 부덕의 소치'라는 사과만 반복할 뿐, 사안의 핵심인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나 성찰은 없었고 구체적인 사실 해명조차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국회의원이 먹다 남은 음식을 차에 두고 내리면 치우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뒤처리는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를 모를 사람이 있느냐"며 "타인의 인격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조언'과 '부탁'이라는 낱말로 실체를 가리려는 강선우 후보자의 태도를 두고 표리가 부동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공적 업무와 갑질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자는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며 "여성가족부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 누구보다 '권력'과 그것의 입체적인 효과에 기민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에 설치된 기관장 사건 신고 전담 창구를 언급했다.
이들은 "여가부에 전담 창구가 설치된 것은 조직 내 '권력'에 의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피해자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창구"라며 "자정이 넘도록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남긴 단어는 강 후보자가 권력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갑질 의혹'"이라고 꼬집었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적 무능과 성평등·인권 정책에 대한 무책임한 회피, 그리고 도덕적 자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갑질' 문제와 이에 대한 무책임한 장관 후보자의 태도는 페미니스트 윤리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후보자를 두고 '따뜻한 엄마'라는 말로 감싸는 집권 여당의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여성가족부 장관은 모성이나 성품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다. 이 자리에 필요한 것은 구조적 성차별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맞설 정책을 책임 있게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의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평등가족부라는 새 이름을 붙이더라도, 장관의 인식과 철학이 이처럼 후퇴해 있다면 제도 개편은 공허한 상징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강선우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자질과 철학을 갖춘 인물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새롭게 임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비동의 강간죄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유보적 입장을 취한 강 후보자의 성평등 정책 방향성도 꼬집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비동의 강간죄와 같은 핵심 과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는 것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와 국제인권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입장이며, 성평등 정책 과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했다.
이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방치된 현실에서 여성가족부는 더 이상 명목상의 부처가 아니라 실질적 정책 집행과 사회 변화를 이끌 부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선우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온전히 이끌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을 다시 지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성명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형법상 강간죄 개정은 2024년 6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정부 9차 심의 최종 권고에서 2년 이내 특별보고사항으로 지정한 권고"라며 "여성가족부는 이 권고를 이행하고 보고해야 하는 주무부처"라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회적 합의" 표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진전된 시민들의 인식과 삶을 반영하는 적극적 인권 의제를,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눈치보며 정치권이 가로막을 때 쓰는 용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강간죄 개정의 필요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옹호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보좌진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보좌진에게 자택 비데 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에서 차로 2분 거리인 지역 보좌진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드렸던 사안"이라고 했으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지시했다는 의혹에는 "전날 밤에 먹던 것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갖고 내려간 적이 있다. 그것을 다 먹지 못하고 차에 남겨놓고 내린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생활동반자법, 포괄적 성교육 등에 대해선 청문회 전날 국회에 서면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유보적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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