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다큐' 상영 금지·배상 판결…여성계 "당연한 결정, 가해자 사망은 피해자 탓 아냐"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사망한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에 전가하는 행위 규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첫 변론> 상영을 금지하고 제작진이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성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성폭력 가해자가 사망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3일 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제작한 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연출자 김대현 감독에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1000만 원 배상과 다큐멘터리 광고·제작·판매·배포 금지 및 위반 시 1회당 2000만 원 지급을 선고했다.

여성단체들이 14일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고인(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박 전 시장의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인에게 우호적인 자들의 진술, 원고의 고인에 대한 친밀한 언행 등을 통해 원고의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영화의 구성방식, 전체적인 흐름 등을 볼 때 피고들은 고인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고인의 가해행위 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영화는 그 가해행위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정함에서 더 나아가 원고가 고인과 관련이 없는 준강간 사건의 책임을 고인에게 씌우기 위해 허위 또는 왜곡된 기억을 바탕으로 고인을 고소했고 이로 인해 공적으로 존경받고 원고와도 친밀한 관계였던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상영 시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원순 전 시민운동가이자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와 업적 기리기는 의미 있을 수 있으나 <첫 변론>은 진지한 추모 영상이 아니"라며 "이 다큐는 시장의 성추행, 성희롱을 고발한 서울시 직원을 모욕하고 거짓말쟁이로 만들고자 갖가지 영상을 짜깁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큐는) 국가인권위원회, 행정법원, 그 외 형사법원 수많은 공적 판단을 다 무시했다. 거기에 어떠한 진실 추구나 의미 있는 토론도 있지 않다"라며 "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조차 변질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과 여러 자료, 증언에 기반한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또한 이를 명확히 확인했으며 행정법원도 이를 재확인했다"라며 "이 사건은 '가짜 미투'가 아니며, 다른 사적인 이유나 앙심에서 비롯된 일도 여성단체와 변호사의 사주로 이루어진 일도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 이후 발생한 사망은 결코 피해자의 책임이 아니"라며 "가해자가 끝내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사망해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첫 변론> 제작진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알리겠다며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16개 지역에서 1400여명이 참석한 시사회를 열었다. 피해자 측은 같은 해 8월 1일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9월 20일 가처분을 인용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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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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