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협박, 폭행, 도박… 제천 지역 기자 2명, 법정 구속

기소 5년 만에 실형 선고… 재판부 "'조폭 출신' 위세 과시하며 공무원 협박"

공무원들을 협박하고 도박장을 열어 영리를 취한 혐의로 기소됐던 제천시 지역 기자 두 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형사단독 김동원 판사는 지난 8일 협박, 강요, 폭행치상,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충청매일 기자, 김모 전 내외경제TV 기자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조 전 기자에겐 징역 1년을, 김 전 기자에겐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5년 전인 지난 2020년 12월 처음 기소됐다. 그해 두 기자로부터 협박을 받은 제천시청 공무원의 피해 소식이 지역 사회에 파다하게 퍼졌고, 이를 알게 된 제천경찰서가 내사를 시작해 기소까지 이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 전 기자는 2019년 4월 지역의 한 카페에서 제천시청 회계과 공무원 둘을 만나, 둘 중 한 명을 폭행했고 옆에 앉은 공무원 A 씨에겐 '니도 같이 (나와 내 형에 대해) 씹고 다닌다며, XXX야', '눈 깔아 XXX야', '니들 두 XX 다 회계과에서 기어나가' 등의 말로 위협하며 이들을 협박했다.

당시 검찰은 폭행을 당한 공무원이 조 전 기자로부터 10회가량 목덜미를 맞았고, 허벅지도 발로 1회 차여 10센티미터(cm) 가량 멍이 들었다며 조 전 기자를 폭행치상 혐의로도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는 구체적인 상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서가 없고, 멍이 자연 치유될 정도였던 것으로 보여 폭행치상죄가 정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공무원 A 씨는 1년 후 또 협박을 당했다. 이번엔 김 전 기자가 2020년 4월 A 씨를 만나 '내가 뭘 했던 사람인지 알면서 왜 그렇게 뻣뻣하게 나오냐'고 위협했다. 당시 김 전 기자는 A 씨가 특정 전기업체에 향응을 접대받았단 의혹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A 씨가 부인하자 김 전 기자는 이후 다시 그를 만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거 아니냐'고 말했고, 통화를 하면서도 '(기사와 관련해) 그건 지금 네 목을 쥐고 네 가정에 목줄이 담긴 건데, 그거를 내가 잡고 흔드는데' 라거나 '회계과에서 딴 곳으로 가라'는 등의 말을 하며 위협했다.

A 씨는 결국 다음 날 김 전 기자가 요구하는 확인서에 서명했다. 전기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확인서였다. 김 전 기자는 이 자리에서도 A 씨에게 '내가 네 가족 목줄을 잡고 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너는 직장에서 잘리고 가정도 잃게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자가 "과거 조직 폭력 활동을 한 사실을 드러내면서 위세를 과시"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기자와 김 전 기자는 과거 지역사회에서 '조가파'라 불린 조직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 전 기자는 과거 장기간 복역한 범죄 전력이 있고, 김 전 기자도 8회의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2020년 당시 조 전 기자와 조 주사보의 갑질 문제가 지역 사회 내에서 논란이 됐다. 제천시 육상연맹이 2020년 7월 이들에 대한 규탄집회를 열며 게시한 현수막. ⓒ제천육상연맹

기자-공무원 형제 도박도 주도... 재판부 "기자 신분 범죄에 활용"

재판이 5년 동안 진행되면서 이들 혐의는 계속 추가됐다. 김 전 기자는 재판 도중 한 지인을 폭행해 2021년 상해 혐의가 추가됐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상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기자도 제천경찰서 B 경위와 중부매일 C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재판 받았다. B 경위는 조 전 기자의 협박 사건을 처음 내사한 경찰관이다. 조 전 기자는 B 경위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공문을 경찰서에 보냈고, 관련 기사도 여러 건 작성했다. C 기자는 조 전 기자의 친형이자 제천시청 6급 공무원인 조아무개 주사보의 횡령 사건 재판을 기사로 쓴 적이 있다. 조 전 기자는 이후 중부매일 게시판에 C 기자의 비리를 주장하는 글을 게시했다.

재판부는 C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B 경위에 대한 사건은 조 전 기자가 쓴 기사에 B 경위를 특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별도로 조 전 기자 측에 허위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B 경위는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충청매일은 판결 확정 후인 2021년 10월 자사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냈고 B 경위는 손해배상금 800만 원가량을 받았다.

이밖에 조 전 기자는 도박장 개설 혐의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형인 조 주사보와 공범으로 기소된 건이다. 두 사람은 2013년 도박장을 열어 시간당 3만 원의 사용료와 도박 자금 대출 수수료를 10%가량 받았다.

조 주사보는 제천시 보조금 집행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도 유죄가 선고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주사보와 함께 기소됐던 박아무개 전 제천 육상팀 감독은 총 7000여만 원 가량의 횡령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기자의 양형과 관련해 "여론 조성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사 기자로서, 이런 공적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함에도 이를 망각한 채 사적인 목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범죄를 저지르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리한 양형 요소로 "조 전 기자는 (과거 장기 복역) 범죄 전력 외에 다른 범죄 전력은 없는 점, 김 전 기자는 (상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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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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