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성교육이 무슨 의미" 서울시 지침에 규탄 이어져

민변 이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 "서울시의 노골적인 '성소수자 지우기'를 중단하라“

성교육에서 성소수자 관련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공지한 서울시에 시민사회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성교육이 무슨 의미"냐며 서울시에 성교육 지침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은 23일 공동 논평을 내고 앞으로 성교육에서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연애'를 '이성교제'로 대체하고 '포괄적 성교육'은 사용하지 말라는 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제작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관련기사 : [단독] 서울시, 성교육서 성소수자→사회적 소수자, 연애→이성교제…"성소수자 배제" 반발 나와)

이들 단체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고 혐오로 점철된 회의 결과를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에 참고하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를 취사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성교육에서 성소수자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로이 탐색할 기회마저 박탈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는) 2022년 교육부 고시 교육과정에 포함된 용어를 사용한다고 근거를 대고 있지만, 당시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권' 표현이 삭제된 것에 대해 유엔인권이사회는 교육권과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성소수자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성교육 강사들을 위축시키고, 겁박·감시하는 의도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포괄적 성교육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에 대해서는 "포괄적 성교육은 유네스코에서 제작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로서 전 세계적으로 시행을 권고하고 있고,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을 적절히 포괄해 각 연령에 적합한 성교육을 제공할 것과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차별적이고 성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것도 놀라운데, 성소수자 혐오 논리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포괄적 성교육으로의 전환, 국제사회 권고의 이행, 보다 안전하게 자기 정체성을 탐색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시대착오적, 차별적, 혐오적인 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교육에서 성소수자 관련 용어와 포괄적 성교육을 배제한 서울시 매뉴얼을 규탄한 바 있다. 민변은 지난 20일 윤복남 회장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서울시 청소년들이 성소수자와 평등한 관계 맺기를 배우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할 기회를 잃을 위기"라며 "지금이라도 즉각 역행을 멈추고 성적 다양성과 소수자를 포용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 결과'를 공지하고 앞으로 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할 때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와 변경해야 할 용어를 발표했다. 성교육 시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를 다루지 않도록 했으며, 연애를 이성교제로,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또는 약자로 가르치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결정이 최신 교육부 교육과정을 준수하자는 취지이며 장애 청소년을 포괄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성교육 강사들 사이에는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추구하는 세계 추세와 벗어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제26회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을지로 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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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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