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 시설 타격 '벙커버스터' 앞세워 전쟁 뛰어드나

포르도 핵시설 파괴 위해 초대형 벙커버스터 필수·미국이 유일 보유…트럼프 "휴전 넘어 이란 핵 완전 포기 및 진정한 종식 원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갈등 지속 혹은 완화의 열쇠는 결국 미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공격 목표로 삼은 이란 핵위협 제거가 미국 무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지 세력을 포함해 직접 개입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만만찮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미국 개입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미 ABC 방송을 보면 16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대한 미국 개입 관련 "그에 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거듭 핵협상을 타결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이란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며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은 즉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이란에 미국과의 핵협상에 복귀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이란은 협정에 서명했어야 한다"며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인명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해 충돌 원인 또한 이란이 미국 협상안에 동의하지 않은 데 있다고 시사했다.

때문에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군 간부, 핵과학자 등을 선제 공습하며 15일로 예정됐던 미·이란 간 6차 핵협상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이 공격을 지렛대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한다는 분석이 도출된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핵협상에서 양쪽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차단 여부를 두고 대립 중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지렛대'의 수준이다. 이란이 핵시설에 어떤 규모의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협상장으로 끌려 나오길 바라고 있는지, 이를 위해서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이미 상당한 타격을 줬다. 16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영국 BBC 방송에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지하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더라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스파한 핵기술연구소의 우라늄 변환 시설 등도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탄즈 시설 내부에선 방사능 오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총장은 그러나 다른 주요 농축 시설인 포르도에선 아무 타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쪽은 포르도 시설이 이스라엘 공격을 받아 "제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산속 깊이 자리한 포르도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 뿐인데 이 폭탄을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만 1만3000kg에 달하는 이 폭탄을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폭격기도, 폭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포르도 시설 유지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갈 핵심 장비를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즉 포르도 파괴 없인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23년 3월 포르도 시설에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에 근접한 83.7% 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대가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트럼프 1기 때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조셉 보텔은 벙커 버스터를 사용한 핵시설 공격으로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핵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담해 이란 주권에 불법적 공격을 가한다는 구상에 대한 국제적 반발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보복으로 역내 미군 시설과 인력을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이 사실상 이 지역에서 다시 전쟁 태세를 갖추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해외 전쟁 반대라는 트럼프 대통령 기조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미 핵심 지지세력 마가(MAGA)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자인 미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터커 칼슨은 "이스라엘을 버리고 그들이 자신의 전쟁을 치르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16일 <로이터> 통신은 관련해 공화당 내 분열이 있지만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에 반대 의사를 거의 표명하지 않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에 더 깊이 개입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란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한 16일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우리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또 다른 끝없는 갈등"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선 벙커 버스터 위협을 통해 분쟁 종식을 꾀하는 강압 외교를 시도해 마가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봤다. 신문은 다만 이에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이 "이스라엘의 전쟁인지, 미국의 전쟁인지" 결정해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중동 문제로 G7 조기 귀국…"휴전 넘어 이란 핵 완전 포기 및 진정한 종식 원해"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중동 문제로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명백한 이유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때문에 귀국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휴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것보다 훨씬 큰일이 있다"고 밝혔다.

미 CBS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귀국 중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이란과 이스라엘 휴전을 넘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진정한 종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에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테헤란(이란 수도)에서 모두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촉구해 불안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테헤란 민간인 공격 위협을 가한 이후다.

CNN은 이 메시지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압력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방송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등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를 포함해 자신의 팀에 최대한 빨리 이란 당국자들과 회동을 시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취재진에 "이란은 기본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체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길 떠나자마자 우린 뭔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위협 제거를 넘어 정권 교체까지 연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영국 기반 반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공격이 이란 국민들에 체제를 전복할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이란 국민들을 향해 "때가 왔다"고 촉구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와 마찬가가지로 "명확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간 제한 없는 위험한 소모전"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7일에도 공격을 주고 받았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날 오전에도 이스라엘 중부를 향해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가했지만 부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언론을 인용해 이날 오전 테헤란에서도 폭발과 방공포 사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핵시설이 있는 나탄즈에서도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한다.

16일 오후엔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있는 이란 국영 IRIB 방송 본사를 폭격해 생방송 도중 폭발음 및 파편이 날리는 것과 함께 진행자가 대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되기도 했다. 이란 <IRNA> 통신은 언론사 폭격은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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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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