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여성계, 여가부 확대 방안에 "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한목소리

[토론회] "청년 남성 보수화·극우화 우려…대안적 젠더 규범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여당과 여성계가 "확대된 여성가족부의 기조는 '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이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여성가족위원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등이 1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모인 국회의원과 여성계 인사들은 여성가족부 확대개편 방안을 두고 "소년·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을 신설·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이경숙 전 여성가족부 정책보좌관은 "'젠더 갈등'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고 사회 보편적 용어로 자리 잡은 지 6년 넘게 지난 시점인데 정치권은 이 부분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왔다"며 "최근 여론조사 수치를 보더라도 이 숫자가 줄지 않고 있으며 탄핵 국면에서 보았듯 (청년 남성들의) 보수화·극우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년과 남성을 위한 성평등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적 젠더규범을 만들어가야 한다. 크고 작은 공론장을 운영하고 남성들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전개하면서도 그들의 고충을 들어야 한다"며 "독일이나 유럽연합(EU)에서는 80년대부터 이 논의를 시작해 2000년대 전후로 소년과 남성을 위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정책보좌관이 언급한 독일의 경우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를 설치하고 4국(평등)에서 소년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통적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 개선 △남성의 건강과 자기돌봄 촉진 강조 △남성 육아참여 인센티브 개선 △소년과 남성이 경험하는 불이익과 배제 해체 등이다.

이 전 정책보좌관은 "독일에서 어린의집이나 간호사 등 여성들이 주로 하는 직업을 체험한 남학생들을 조사해보면 95% 정도가 고정관념 없이 나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답한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에서도 남성들의 성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확대될 여성가족부에 남성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자고 했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도 "캐나다와 독일 등에서는 남성성 연구를 오래전부터 교육에 적용해 왔고 남성과 관련한 성차별을 해결한 사례들도 쌓여왔다. (여성가족부가) 이를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맡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과거에는 한국 사회가 세대별 인식 격차가 많았다면 최근 젊은 세대는 청년 세대 안에서의 인식 격차가 크다. 이 격차를 줄이고 공동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여성가족위원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등이 1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모인 국회의원과 여성계 인사들은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 방안을 두고 "소년·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을 신설·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프레시안(박상혁)

여당 의원들도 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사회 구축에 힘을 실었다. 이수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소년과 남성이 함께하는 젠더 대안적 규범을 만들고 성 인식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며 "남녀를 가르지 않고 성평등 정책을 통한 사회통합이 구조적 차별을 해소한다"고 했다.

앞서 일부 여성들은 여성가족부가 확대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방안을 두고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지운다', '여성정책의 축소가 우려된다' 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며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고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여성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의 대선 수행실장이었던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여성들의 우려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 소외된 분들을 더 챙기고자 하는 취지다. 전 정부처럼 여가부 폐지 같은 일은 전혀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남성 청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공식적 창구라는 취지이지, 또다시 여성 불평등으로 가는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놓으셔도 된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이날 논의된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 방향은 현 부처 규모를 1.5배로 확대·강화하면서 고용과 성범죄 등에서 여성 보호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현행 2실 2국 4관을 4실 1국 9관으로 확대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부서를 개설하며 성차별·성희롱 조사위원회 설치 및 디지털성범죄 예방기능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겸임위원회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상임위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가위 민주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겸임상임위인 여가위에서 활동하려면 개인적으로 시간을 더 내야 하다 보니 회의 시간 잡기도 어렵다. 여가부가 확대 개편돼도 지금처럼 잠시 시간 내서 하는 상임위로 둘 것이냐"며 "정부조직법이 개편되고 나면 국회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모든 부처에 성평등정책담당관 설치 △부처별 5개년 성평등 목표 수립 및 점검 △노동시장 차별 해소 위한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연계 △분과별 중장기 쟁점(병역제도, 비동의강간죄 등) 논의 등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함께 성평등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 전 정책보좌관은 "오늘 제시한 개편안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았던 네 분의 인사들,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비서관을 맡았던 인사와 공동으로 만들었다"며 "K-민주주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성평등 민주주의 국가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