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검사'를 만들지 말라…이재명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들

[박세열 칼럼] 노무현과 문재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이어진 2003년 대선자금 수사는 인터넷 시대 최초의 스타 검사를 탄생시켰다. '대검찰청 송광수 안대희 팬클럽'이 결성됐고, 이들은 '검찰 수호의 밤' 행사에서 촛불을 들고 서초동 검찰청사를 지켰다. 검사들은 팬클럽 회원들이 지어 보낸 보약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거악 척결'의 상징이 됐다.

민주화 이후 첫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에 비견됐던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시민의 지지는 되레 검찰권을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만들었다.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기소하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며 독재 정권에 부역했던 검찰은 민주화 시대에 시민의 칼로 변모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노무현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아아이러니하게도 차떼기 사건 수사의 성공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한 검찰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어갔다. 똑같이 독재 정권을 지나왔지만 하나회 척결과 같은 정화 작업도 없었고, 수차례 걸친 사법 파동으로 내부 개혁을 경험한 법관들과도 달랐다. 군처럼 상명하복 시스템으로 돌아갔고, 법관의 재량에 비견되는 막강한 기소권도 가졌지만, 검찰은 그 흔한 정풍운동도 겪지 못하고 민주화 시대를 맞았다. 군사독재 시절 인권 변호사였던 노무현은 눈이 없는 칼이 된 검사들의 자의적 검찰권 행사에 경각심을 느끼고 있었다.

노무현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려 하자 스타 검사 송광수는 "내 목을 치라"고 일갈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 연구관으로 있으면서 정치권력에 대항한 '검난'을 목격한 자가 윤석열이다. 그는 아마도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부패에 질려 있던 시민을 등에 업은 검찰은 '스타'를 배출하며 쇼비즈니스의 외피를 입고 자신들의 성채를 지켰다. 검찰은 득의양양했고 검찰 개혁은 지연되었다. 그후 검찰은 정치를 넘보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자 기다렸다는 듯 검찰의 칼자루는 칼날이 되었다. 'BBK 수사'를 통해 기소권을 비틀고 차기 권력에 무릎꿇었던 검사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하명 수사'를 통해 노무현의 비리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노무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악인 것은 그것이 '기획 수사'였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육성을 통해서도 이는 입증된다.

"노무현을 잡으려고 박연차를 잡겠다고 한 것인데 박연차가 그것을 알고 구속돼 가지고 송치돼 오자마자, 구속되자마자 (대검) 중수부에 영장이 딱 떨어지니까 '나 노무현에게 돈 줬다'고 했잖아."(미주 한인매체 <선데이저널>가 2022년 3월 2일 공개한 윤석열 육성 파일)

'박연차 로비 사건'은 처음부터 노무현을 겨냥한 검찰과 정권의 표적 수사였다는 고백이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눈 감은 진실, 검찰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검찰 개혁이 명분을 얻어갈 무렵엔 또 다른 스타가 탄생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등장이었다. 시대적 과제는 미뤄졌다. 이미지(윤석열)가 실재(검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증식하는 '정의 검찰'의 이미지가 '정치 검찰'이란 본질을 집어 삼킨 것이다. 윤석열은 이 사회가 검찰공화국이라는 실체를 감추기 위해 거기에 있었다. 윤석열이라는 상징은 검찰 공화국의 본질을 감추기 위해 설치된 이미지 재생 기계였다.

검찰 개혁을 중대 과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이라는 가상의 '스타 검사'에 의존하는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이 이제 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만들어낸 '검사 정권'이 얼마나 무능하고 부패했는지는 지난 3년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타 검사를 대통령으로 모신 검사들의 '커먼센스'는 완전히 망가졌다. 한동훈 말대로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할텐데, 그들은 노골적으로 제 세상을 만난 듯 행동했다. 휴대폰을 뺏긴 채 대통령 부인을 출장조사하고, 검찰총장 보고를 패싱하는 '막장극'까지 저질렀다. 윤석열이 말한 '부패완판'의 참모습이다. 자신과 자신의 부인의 비리를 감추는데 검찰권을 이용했다. 그리고 검찰은 '법기술'을 부려 내란을 저지른 대통령을 감옥에서 풀어줬다.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가 없다.

검찰 개혁을 위해 이재명 정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이번 특검은 좋은 기회다. '내란'과 '채상병 사건'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특히 지난 정권 검사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낱낱이 밝혀낼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명심할 것은 검찰 개혁이 특검 수사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수처와 특검, 상설특검의 효용성을 체감하면 이익집단이 된 매머드 검찰 조직의 부조리와 무능이 자연스레 도드라질 것이다.

둘째, '스타 검사'에 의존해 실패했던 문재인 정부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이름난 검사를 이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낱 법 집행관인 검찰에 '칼잡이' 같은 별칭으로 서사를 부여하고 '정의의 칼을 휘둘러 부패의 고리를 끊고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신화를 부추기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 검사들은 사회의 봉사자들이고 효율적인 관료 조직일 뿐이다. 스타 검사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스타 검사는 얼마나 위험한지, 우린 경험을 통해 배웠다. 특히 특별검사로 임명된 자들과 특검에서 일하는 검사들을 '스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탈리아의 마니풀리테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베를루스코니라는 역대 최악의 부패 총리를 탄생시킨 것처럼, 한국을 세탁하겠다며 칼을 뽑아든 정의로운 검사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윤석열이라는 최악의 아웃풋을 탄생시켰다. 그 윤석열이 만든 '부패완판' 검찰 공화국은 스스로 무너져내려 지금 목을 늘어뜨리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KBS 보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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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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