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시대"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 세 가지만 기억해주시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들, 주거·일자리 '안정성' 우선…마음건강 적신호

새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히 치뤄진 선거라 선거 기간은 짧았고,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했기에 새 정부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게 된다. 새 정부는 어떤 청년정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을 위한 27가지 공약을 약속했다. 공약 분야는 크게 자산형성, 일자리·고용 분야, 주거 분야, 복지 분야다.

먼저, 자산형성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까지 추진하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다시 부활시킨 '청년미래적금(가칭)' 도입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재직자 청년의 자산형성을 위해 당사자와 정부가 적금을 적립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년 공약으로는 처음으로 등장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환경 조성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자리·고용 분야에서는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생애 1회 구직급여 지급하고,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을 위한 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주 36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한 모델의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주거 분야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공약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만큼 중요하게 다룬 듯 하다. 청년 맞춤형 공공 분양과 공공임대를 대폭 확대 공급하고, 기존의 월세지원 대상을 확대해 청년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또 1인가구 주거지원센터 운영,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확대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생애 첫 독립 1인가구 맞춤형 주거설계지원, 안전한 정주환경을 위한 범죄예방시스템 등 주거복지 서비스 관련 정책을 다수 약속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맞춤형 돌봄지원 확대,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 환승이 가능한 청년교통패스 발행, 국민연금 첫 가입 지원, 미취업 청년 식품 바우처 지급 등 구직청년부터 육아기청년까지 다양한 청년의 욕구를 담았다. 군 복무 중인 병사에 대한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군 복무 경력 반영 의무화, 군복무 기간 중 국민연금 보장, 병사 통신요금 할인율 확대를 담았다.

새 정부의 청년정책,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을까

지난 3월에 발표된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국무조정실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주)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청년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주거 분야 정책을 꼽았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지원이나 전세자금 보증금 지원, 월세 비용 보전과 같은 주거비 지원에 대한 응답이 많았고, 약 15%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욕구도 보였다. 청년 54.4%가 부모와 동거 중이지만, 이들 10명 중 4명은 독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은 '살 집 마련' 자금 부족과 전세사기 피해라는 불안이 컸다.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은 모두 수도권으로 이주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10명 중 7명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한다. 청년의 지역 이동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살펴보면, 수도권 청년은 더 나은 주거환경과 통근이나 통학 여건을 위해 이주하지만 비수도권 청년은 더 나은 일자리나 보육환경, 문화 생활을 위해 이주한다.

청년이 고민하는 주거문제의 핵심은 '안정성'으로 새 정부가 공약한 전세사기 예방, 공공의 주택공급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다만, 지역마다 거주 환경이나 비용의 편차가 크다는 점,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지역 다극다핵 전략이 청년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꼭 염두하길 바란다.

청년이 꼽은 두 번째 필요 정책은 일자리 분야다.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은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이 없었고, 이들 중 80%는 아예 실업급여 대상이 되는 일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는 청년이 진입하는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증가는 청년들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청년의 연령대에 따라 일을 선택할 때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달라지지만, 크게는 적성에 맞는 일 그리고 고용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주의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진로와 일은 가장 주요한 고민거리이지만,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지 필요 정책 답변으로는 2순위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공약에서도 일자리 분야 공약은 기존의 고용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 이외에 새로운 대안은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

노동시간 단축을 기조로 둔 주 4.5일제 도입,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자산형성 정책과 세제 혜택 이외에도 실업급여에서 배제된 청년 노동자도 포용하는 '전국민완전고용보험' 도입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고용안전망을 탄탄하게 정비하는 동시에 정부가 추진하는 직업교육훈련은 대부분 저숙련 기술 교육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데, 급속한 산업전환을 대비할 수 있는 AI 분야 인재 양성과 이직·전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교육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증가, 고용악화로 올해 들어 '쉬었음' 청년이 50만 명을 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경험이 없을 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쉬었음' 상태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했다. '쉬었음' 상태의 청년들은 교육이나 자기계발 중이라는 응답이 35%(중복응답)을 차지했으나 적합한 일자리 부족 38.1%, 번아웃(burn out) 27.7%, 심리·정신적 문제 25%로 재충전의 기간이 아니라 힘들고 의욕을 잃게 하는 시간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청년 10명 중 7명 정도가 번아웃을 경험했다. 이들의 번아웃 이유는 진로불안이 39.1%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이렇게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히 적정한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너머 청년의 마음건강과 청년이 사회구성원으로 느끼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대한 사회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이 원하는 정책 3순위는 복지·문화 분야이다. 복지분야에서 주목해야하는 청년의 현실은 마음건강 영역이다. 청년의 8.8%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의 자살률, 정신건강 분야 유병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의 번아웃 경험, 불안 그리고 사회적 효능감 저조 현상은 일관된 마음건강의 적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전국민 마음투자사업이 영부인 정책이라는 오명을 쓰고 정쟁의 표적이 되어서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복지 분야 공약에서 청년의 마음건강 관련 정책이 없는 점은 많이 아쉽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했던 청년마음건강바우처를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전 정부에서는 마음투자사업으로 추진되었다. 단순히 우울에 대응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각자도생에 내몰린 경험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체계를 탄탄하게 준비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청년의 마음건강은 큰 이슈로 적극적인 정책 개입의 영역으로 보고 시행하고 있다. 실제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담사 인력, 상담실 분포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 등이 정책 시행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경험을 반추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22년에 비해 2024년의 청년들은 정치에 대해 관심있다는 응답이 37.5%에서 27.1%로 10.4%p나 줄었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넓히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청년 당사자가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은 2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혐오와 반목에 기댄 정치, 문제해결의 힘을 상실한 정치에 느낀 실망감이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새 정부는 별칭을 '국민주권 정부'로 알렸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 정부의 상징이 청년들의 삶 저변에도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청년들과 투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청년들과 사전투표한 뒤 "대한민국이 청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그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함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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