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0일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 방문을 위해 임명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았다. 제1야당이 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이 우 수석의 주된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김용태 비대위원장과의 첫 대면에서는 오는 12일 본회의 연기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취임 인사차 찾아온 우 수석의 예방을 받고 "그간 4선 의원으로서 큰 족적을 남기셨고, 유연하면서도 품위 있는 정치를 실천해 오셨다"고 덕담하며 "수석님과 같은 분이 정무수석에 임명된 것만으로도 야당으로서도 새 정부의 소통 의지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면 언제든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 국가의 미래와 민생의 회복을 위한 일이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면서도 "3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야당으로서 정중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건의사항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첫째, 사법 중립성과 헌정 질서의 붕괴"라며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재판중지법은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을 정치적 방탄용으로 왜곡한 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둘째, 헌법재판관 인사 문제"라며 "헌법재판관은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 본인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를 임명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셋째, 나라 살림의 방향"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과 부채 탕감 등 정책 대안을 언급하고는 "현금 살포와 조건 없는 탕감은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기다리면 탕감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은 "정무수석의 역할은 이런 민심과 야당의 의견을 여과없이 대통령께 전달하는 것"이라며 "3가지 사안에 대해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해드리고 대통령의 견해를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 열려 있으니 연락주시고 소통하자"며 다만 "한 가지 부탁"이라며 조속한 추경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에서는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본회의 연기가 야당 등 여론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회동 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이 야당과 대화를 늘려가겠다고 해 환영한다"면서 "야당과 시민들의 많은 우려에 따라 12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미룬다는 말을 전해들었고, 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방탄 3법,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대해 민주당이 정말 국민 우려를 공감한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이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추가 요구를 전했다. 그는 "본회의 연기는 언젠가는 이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말로 해석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수석도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드린 김에, 지금 대통령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뭔지 설명드렸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시스템 정상화, 민생·경제 위기 극복, 외교 정상화 3가지에 집중하고 계시고, 그래서 12일 예정된 본회의를 하지 않기로 대통령실과 여당이 합의한 것도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니 그 점을 잘 이해해주십사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우 수석은 김 위원장 예방 이전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차례로 만나 취임 인사를 건넸다. 4선 의원 출신이자 1주일 전까지 민주당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우 수석과 이들의 만남은 추억담 위주의 훈훈한 대화로 이어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016년 20대 국회 때 초선이었는데, 그해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이 있었을 때 원내대표가 우 수석이었다"며 "탄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상호 원내대표를 보며 성장해왔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해결해 나가면서 우 수석이 먼저 가셨던 길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우 수석도 "1기 '탄핵 원내대표'였던 저보다 '2기 탄핵 원내대표'로서 훌륭히 일하셔서 감동을 받았다"며 "제가 원내대표 때 초선의원이셨는데 로텐더홀에서 많은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 것을 감동적으로 봤다"고 화답했다.
우원식 의장은 "우리 우 수석은 17대에 같이 국회에 들어와 아주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고 너무나 깊은 곳까지 같이 아는 분"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우 의장은 17·19·20·21·22대 국회까지 5선 의원을 지내고 있고, 우 수석은 17·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자진 불출마 선언을 했다. 첫 등원 시기가 17대 국회로 겹치는 '등원 동기'라는 점을 짚어 친근감을 표한 것.
우 수석은 "국회를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국민주권정부는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울 통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기본 원칙을 잘 지키겠다'고 전달해달라고 하셨다"고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개인적으로 (우 의장과) 같은 집안 할아버지 뻘이시기 때문에 특별히 더 존경한다"고 역시 친근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단양 우 씨 종친이다.
전체댓글 0